경제·금융

핵폐기물 처분장 급하다

모든 문명의 이기는 양면성이 있어서, 그 유용성이 있으면 반드시 상반된 문제점이 따르기 마련이다. 원자력도 예외는 아니어서 유용성이 크게 인정되어 적극 추진되고 있으나, 안전성이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므로 유용성과 제반 문제점을 상대적으로 잘 비교 평가하여 유용성이 보다 크다고 판단할 때 우리는 원자력을 채택하게 된다. 원자력 이용을 포기하지 않는 한 방사성폐기물은 계속 발생하게 되어 있고 그 관리가 안전성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방사성폐기물의 안전 관리에 대한 논쟁은 원자력의 이용초기부터 있어 왔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그 이유는 방사성폐기물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우리 인간은 다섯 감각기관으로 식별할 수 없으며, 그 유무는 물론 크기도 특수한 장치가 아니면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막연하고 잘못된 선입견이 방사선에 대한 느낌을 지배하기가 쉽다. 이러한 느낌은 우선 2차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 있었던 버섯구름을 일으키는 핵폭발에 따른 엄청난 폐허를 연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방사선에 대한 인지위험도(인간이 느끼는 위험도)가 수치적위험도(계산에 근거를 둔 실제 위험도) 보다 엄청나게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의 경우 위험의 정도가 엄청나게 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이를 심각히 느끼지 못하고 잘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에 방사선 관련 위험은 많은 사람들이 훨씬 위험하다고 인지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므로 최근 추진되고 있는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입지선정에서 사업자나 정부가 곤혹을 치르고 있는 이유도 이러한 선입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감정 표출에 앞서, 성급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상세하고 정확하게 알아보려고 노력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방사성폐기물은 과연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을까. 방사성폐기물에서 방출하는 방사선은 물리적으로 용이하게 차단되는 성질과 일정기간이 지나면 방사성물질은 자연적으로 방사선을 내지 않는 물질로 바뀌는 성질을 갖고 있다. 방사성폐기물의 안전관리는 이 두 가지 성질에 초점을 맞추어 일정기간 동안 자연환경과의 격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방사성폐기물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뿐으로, 원자력발전소 운전 과정에서 생성되거나 병원과 같이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기관에서 발생한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다행스럽게도 방사선의 준위가 낮을 뿐만 아니라 짧은 기간 내에 방사선을 내지 않는 물질로 바뀌게 되어 그 관리에 큰 어려움이 없다. 실제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처분시설은 세계적으로 수십 년 동안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수력원자력이 2008년까지 건설하려고 추진하고 있는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안전성은 경험적으로 입증을 거쳐왔기 때문에 안전성 확보에 어려움이 없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안전이라는 것은 끝없는 인간의 욕망이며, 위험에 대한 개연성을 전혀 없앨 수는 없기 때문에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사업자와 정부는 일정한 제도적 관리기간을 두어 방사선 방출이 완전히 살아질 때까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안전 관리의 최종 책임자로서 처분장 안전성을 확보하는 책임을 가지며, 한편 정부는 인허가 및 규제자로서 독립적 감시 감독 기능을 강화하여 철저한 다중 안전관리 체제를 유지하여야 할 것이다. 방사성폐기물의 처분은 반드시 풀어야 할 우리의 과제이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이번만은 처분장 부지선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주민은 단순한 반대보다 안전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국가적 당위성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 한편 사업자와 정부는 지역주민의 이해 없이 당위성만 갖고 무지막지하게 밀어 부쳐서는 안될 것이다. 무엇보다 우선하여, 지역 및 지역주민에 대한 응분의 보상방안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부지선정이 또다시 파국으로 갈 수는 없다. <강창순<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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