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6월 23일] 유료사이트가 P2P에 배워야할 것들

극장에서 보면 8,000원인 영화 한 편이 개인 대 개인 간(P2P) 공유 사이트에서는 최고 300원이면 충분하다. 영화는 물론 음악ㆍ미술작품 등 문화 콘텐츠에 정가를 지불하는 행위가 어리석어 보일 지경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환경을 컴퓨터와 네트워크 기술이 가져다준 축복이라 여기지만 정작 창작자들은 더 이상 창작으로만 생계를 이어갈 수 없을 만큼 힘들다. 음반업계는 더 이상 음반판매로 수익을 올리기 힘들게 됐고 한때 주요 창업거리로 각광 받았던 비디오ㆍDVD 대여점도 찾아보기 어렵다. P2P를 통한 콘텐츠 공유 문제의 심각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저작권 침해 해결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법무법인이 등장해 청소년을 상대로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법무법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청소년이 부모에게 들킬까봐 두려워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었다. 디지털 콘텐츠를 저작자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공유하는 것은 분명 도둑질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왜 이런 불법이 공공연히 벌어졌는지 업계는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우선 P2P사이트는 편리하다. 원할 때 원하는 만큼의 콘텐츠를 최소 비용으로 얻을 수 있다. 또 P2P사이트에는 원하는 콘텐츠가 다 있다. 음악ㆍ영화ㆍ애니메이션은 물론 심지어 음란물까지 없는 게 없다. 프로그램 하나만 설치하면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 있는 콘텐츠를 클릭 한 번으로 가져올 수 있는 P2P의 특성으로 인터넷에는 개미들이 만든 광활한 콘텐츠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 유료 콘텐츠 사이트는 이 두 가지 매력을 한꺼번에 따라잡기가 어렵다. 업계 내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콘텐츠 확보가 난관이다. 저작권자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음반업체 혹은 영화제작사가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유료 콘텐츠 사이트를 구축해도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P2P사이트의 불법 운영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교육만큼 중요한 것은 유료 사이트의 다양성과 편의성 확보다. 음반업계에는 디지털 콘텐츠 수익 모델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만큼 영화ㆍ애니메이션 등 관련 업계도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안 된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예전에는 불법 콘텐츠의 수혜국이었지만 이제는 우리가 피해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딱히 보고 배울 데가 없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승패는 누가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 고객을 끌어들이느냐에 달렸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이용환경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콘텐츠 업계가 선구자가 돼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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