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新 고유가 진단과 처방

[경제 연구원에게 듣는다] (3)방기열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지난 4년 동안 국제 원유가격은 세배 가까이 상승했다. 중동산 두바이유의 경우 배럴 당 평균가격은 2002년 24달러에서 2006년 62달러가 됐다. 이후 금년 초 두바이유 가격은 이상고온 현상에 의한 난방유 수요 감소의 영향으로 한때 49.06달러까지 하락했으나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3월 말 60달러를 넘어섰고 최근에는 다시 70달러를 넘었다. 올해 들어 원유가 상승은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의 꾸준한 수요 증가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정책 등으로 세계 석유수급이 어려워진 가운데 미국의 휘발유 재고 감소, 원유 생산 지역의 정정불안에 의한 공급차질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초 큰 폭의 생산 증가를 기대했던 비OPEC 산유국의 생산이 부진한 것도 유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올해 생산을 개시할 것으로 기대했던 미국과 아프리카 지역 신규 유전의 생산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원유가격이 또 다시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휘발유 성수기에 진입한 미국시장에서 사고로 인한 일련의 정제시설 가동중단과 나이지리아의 정정불안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투기자본들이 석유 선물시장으로 대거 유입하고 있다는 점도 가격 상승에 한몫했다. 이런 상황은 당분간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국제 원유가는 여름철 내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 발표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중기 전망에서도 OPEC의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세계 석유수요의 지속적인 증가를 예상해 상당기간 유가의 진정은 어려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한편 2003년 이후 현재까지 진행되는 고유가는 과거의 고유가와는 그 원인과 양태가 매우 다르다. 그야말로 신(新) 고유가의 도래인 것이다. 과거 1, 2차 석유위기와 걸프전쟁 때의 고유가 상황은 대부분 산유국의 정치적 불안이나 군사적 충돌 및 에너지 생산시설에서의 사고로 인한 석유공급 차질에서 비롯된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가격 상승이었다. 또한 공급교란에 의한 급격한 유가 상승은 소비감소를 유발하고 공급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면서 곧바로 가격이 하락했다. 이와는 달리 최근의 신 고유가는 중국과 개도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석유수요 증가가 그 원인이며 단기적인 상승과 하락보다는 지속적이고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가격이 오르는데도 불구하고 석유소비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현재의 고유가 상황은 공급 교란이 아닌 수요 증가에 의한 것이어서 국제유가가 단기간 내에 하락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현재의 고유가는 과거의 고유가 상황과는 특성을 달리하므로 그 처방도 달라야 한다. 단기적인 가격 폭등 상황에서는 국내 유가의 인상요인을 세금 인하 등으로 일정부분 흡수함으로써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작게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현재같은 가격상승기에는 국제유가 상승에 의한 인상요인을 국내 가격에 반영함으로써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변화된 경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제시장에서 석유의 경제적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데도 국내시장에 그 가치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않는다면 석유자원의 낭비와 비효율적인 자원배분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으로 볼 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석유세 인하는 단순히 국내유가 인상요인을 단기적으로 흡수하는 것보다는 전반적인 에너지 조세체계의 개편 차원에서 접근돼야 할 것이다. 다만 저소득층이 주로 사용하는 등유에 부과되는 세금은 소득역진적(所得逆進的)인 과세체계를 시정하고 경쟁연료인 전력ㆍ가스ㆍ지역난방과의 상대가격 왜곡을 시정하기 위해 인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결국 해외 석유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신 고유가에 대한 처방은 에너지소비절약과 함께 해외유전 개발,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을 통한 에너지공급구조를 강화하는 장기적인 대책을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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