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연성사회/서상록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로터리)

「부드러움이 딱딱함을 이긴다」고 말하면 노자의 차원높은 역의 가르침, 「유지승강」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남녀의 합환을 연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으니, 두 연상은 뿌리가 같은 진리다. 왜냐하면 노자는 여성적인 부드러움을 도의 참모습, 삶의 근본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최상의 덕은 골짜기와 같다」(상덕약곡)고 할 때의 골짜기(곡)도 여성적인 의미의 함축, 바로 그것이다.(비너스의 계곡을 연상하라)나온 김에 하나만 더하자. 노자가 스승인 상용에게 가르침을 청하였더니, 스승은 입을 쩍 벌리고 다음과 같이 문답하였다 한다. 『어떠냐, 이는 있느냐.』 『다 빠지고 없습니다.』, 『혀는 있느냐.』 『예, 있습니다.』, 『그것이란다.』 이 일화는 노자의 부드러운 것은 딱딱한 것을 이긴다는 생각을 비유로 표현한 것이다. 「나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에요」라는 카피로 시작하는 어느 커피 메이커의 광고가 히트한 적이 있지만, 정보화가 진전되면서 시대의 패러다임이 점점 부드러워지고 있다. 이름하여 연성사회의 추구다. 남성의 딱딱함(경성)을 희화화 하고 있는 간 큰 남자 시리즈도 부드러움을 지향하는 사회상을 반영하는 우스개로 보고 싶다. 경제도 점점 소프트해져 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FMS와 린(Lean)생산방식은 대표적인 유연생산시스템이며, 경직화된 관료적 위계질서를 제거하고 있는 기업의 리엔지니어링 역시 연성조직을 설계하는 것이다. 지금 노사의 주된 쟁점이 되고 있는 변형근로제나 정리해고제도 노동시장을 부드럽게 풀어 나가자는데 그 선의의 목표가 있다. 이른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다. 연성화를 향하는 시대적인 흐름속에서 노동시장도 당연히 연성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노동시장의 부드러움을 기하는 최근의 노동관계법 개정이 왜 노사의 극한 대립이라고 하는 경성 대결을 촉발하고 있나. 물론 민주주의란 목표 못지않게 과정을 중요시해야 하지만, 노와 사가 이렇게 극한 대립의 스탠스를 취하면 연성을 추구해야 할 우리사회가 다시 굳어지고 결국은 그 바닥에서부터 금이 갈 것이 아닌가. 노와 사가 극한 대립을 벌이게 되면 부서지는 것은 우리의 살림살이, 경제다.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노와 사의 부드럽고 원만한 절충을 바라마지 않는다. 아울러 여전히 딱딱한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정치도 부드럽게 풀어야 할 경제문제를 부드럽게 「어드레스」 해 주었으면 한다. 「드라이브 샷」은 온 힘을 뺄 때 멀리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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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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