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DJ 주가

거두절미하고 기사부터 쓰겠다. 워낙 엄청난 내용이기 때문이다.김대중 대통령이 『종합주가지수가 쉽게 1,500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金대통령은 『현 주가지수는 우리 경제의 잠재력에 비추어 볼 때 형편없이 저평가 되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金대통령은 「금리는 7~8%로, 주가지수는 1,500으로」란 구체적인 정책목표를 제시하고 『금리를 국제수준으로 내려 증권배당률이 은행저축 이자와 경쟁할 수 있게 하고, 기업이익의 상승추세에 따라 증권가격의 주당수익률(PER)이 적정수준을 형성하게 되면 증권투자인구의 저변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金대통령은 『증권투자가 노년을 위한 저축수단으로 선택되고 부동산이 아닌 증권이 상속수단으로 더 선호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는 그러나 이 기사를 보내지 않았다. 거창하게 시작했으나 솔직히 말하면 이 기사는 스트레이트(사건전달형 기사)의 요건이 되지 못한다. 金대통령이 실제로 이 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의 기사는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인 지난 97년 3월에 펴낸 「김대중의 21세기 시민경제 이야기」에 쓴 글을 발췌한 것이다. 이 기사를 박스(해설형 기사)로 쓸 수는 있다. 그러나 본래 의도와 달리 「오용(誤用)」당할 소지가 많은 기사는 될 수 있으면 쓰지 않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기사를 보내지 않았다. 특히 주가와 부동산 가격에 대한 전망기사는 오용의 여지가 많은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란을 빌려 굳이 소개한 것은 金대통령이 관료의 변화 재벌의 자율과 책임 국민의 인식변화 문화경제의 창달 등이 핵심인 「…시민경제 이야기」를 다시 되새기고 제대로 실천키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金대통령 집권후 증시에 대한 규제가 대폭 풀리고 금리가 내려갔다. 빠른 경기회복에 따라 경제상황도 IMF이전 즉, 金대통령이 「…시민경제 이야기」를 쓴 97년 3월의 상황과 유사해졌다. 이에 따라 시중에 돈은 넘쳐나고 증권투자 인구는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쯤되면 金대통령의 주가지수 1,500 전망에 대한 전제조건은 대체적으로 조성됐다고 할 수 있다. 주가지수 1,500을 위한 가장 중요한 관건은 정부·기업·가계 등 각 경제주체의 행태변화다. 金대통령은 「…시민경제 이야기」에서 『역사와 경제에는 사춘기가 없는 법이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주체들은 아직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춘기의 홍역을 앓고 있다. 정부의 증시에 대한 어설픈 개입, 재벌의 구조조정 지연, 가계의 「묻지마」 투자 현상이 여전하다. 이것이 대통령의 주가전망 기사를 보내지 않은 가장 큰 이유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부동산시장이 복병이다. 경기회복과 실업대책을 위해서는 건설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돼야 한다. 그러나 일정 선을 넘어가면 곧바로 투기바람이 불게된다. 「사춘기 경제」에서 투기바람은 치명적이다. 金대통령의 공언대로 증권이 노년을 위한 저축수단 및 상속수단이 될지 아니면 부동산이 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J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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