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일은 한은특융 찬성” 90%/금융전문가 20명 긴급설문

◎외환보유고 현재보다 더 늘려야/9백원이상 고환율 25%만 지지/종금처리 시장원리­정부개입 팽팽/15%가 “금융권 전면개편 대수술을”『금융위기는 피부로 느껴지지만 외환위기는 아직 현안이 아니다.』 서울경제신문이 24일 학계, 재계, 금융계, 경제연구기관, 은행의 금융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설문조사의 결과는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우선 거대한 부실채권 더미에 깔려 압사하는 금융기관이 나오고 그 여파로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해 응답자 중 55%가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금융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칠 엄청난 충격을 생각하면 당장 대책이 나와야 할 시기라는 결론을 함축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금융위기를 우려하는 응답자들은 그 판단의 근거로 ▲금융기관의 부실 ▲금융시장 불안정 ▲대외신인도 하락 등을 내세우고 있다. 기아사태 관련 대책이 표류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위기요인으로는 종금업계의 부실이 꼽힌다. 무분별하게 돌리는 어음이 대기업 부도를 낳고 기업부도는 부메랑처럼 되돌아가 종금사들의 연쇄부실화를 부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기 가능성을 낮게 보는 전문가들도 결론은 다르지만 그들의 논리근거를 들여다보면 내심으로는 금융위기를 우려하고 있음이 역력했다. 이들이 위기는 없을 것이라 믿는 근거는 바로 「정부의 대응」이었다. 한 응답자는 『현재의 금융위기는 경제논리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경제주체의 심리적 요인에 의한 것이므로 정부가 확고한 정책을 표명하면 곧바로 안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정부의 확고한 안정화대책이 없다면 위기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또다른 응답자는 금융시스템 위기를 경험했던 다른 나라에 비해 총체적 위기관리능력이 낫다는 평가를 내렸다. 일부 금융기관의 파산은 가능하지만 금융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같은 평가가 막연한 믿음인지 근거있는 확신인지는 아직 좀더 두고볼 일이다. 금융위기에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하는 반면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70%가 「없다」고 응답했다. 근거는 거시경제지표에서 위기징후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 외화자금 흐름이 일부 경색되고 있으나 위험수준은 아니라는 얘기고 종합수지 흑자, 무역적자 증가세 둔화, 급격한 외화유출 기미가 없는 점, 외환당국의 적절한 대처 등도 판단의 근거로 꼽혔다. 또 동남아 각국과는 달리 원화가 고평가돼 있지 않으며 해외 투기자금의 국내유입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외환위기 가능성을 부인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외환위기의 가능성을 우려한 나머지 30%는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 하락과 경기침체 장기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무역수지가 당분간 흑자로 반전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됐고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자본시장자유화도 염려스런 대목이라고 보고 있다. 적정 환율과 외환보유고에 대한 의견은 일정한 흐름을 보였다. 우선 적정 환율에 대해 65%가 달러당 8백80원에서 9백원사이, 25%가 9백원에서 9백10원 사이라고 답했다. 9백10원 이상의 고환율이나 8백50원대의 저환율을 적절하다고 본 응답자는 각 1명에 불과했다. 외환보유고의 경우 현재 수준보다 높아야 한다는데 모든 응답자가 견해를 같이했다. 4백억달러 이상을 원한 응답자도 적지않아 외환위기의 방패막이로서 외환보유고에 대한 기대수준을 반영했다. 위기의 종금업계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시장원리에 맡겨 취약한 종금사는 퇴출시켜야 한다』는 응답과 『대외신인도 하락을 막기 위해서도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응답이 팽팽했다. 금융개방이 가속화되면서 망하는 금융회사가 나올 수 있다는 인식이 이처럼 확산된 것만 해도 과거에 비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또 금융권의 판을 전면적으로 새로 짜는 대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응답도 15%나 나왔다. 최근 금융계 일각에서 『망하는 종금사는 완전히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살아남는 종금사는 지급결제기능을 갖춘 은행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시점이어서 주목되는 반응이다. 지나치게 비대해진 종금업계의 위기가 결국 한국경제 전체의 금융위기를 몰고오는 주범인만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게 이들의 생각이다. 한편 제일은행에 대한 한국은행 특융에 대해서는 90%가 『제일은행의 자구노력이 전제된다면 실시해야 한다』고 응답, 경제전문가들 사이에는 한은 특융의 불가피성에 대해 대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나머지 10%도 조건없이 당장 실시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신중검토」라고 답한 전문가는 없었다. 정부 일각에서 주장하는 특혜 시비에 대해 모든 응답자가 외면하고 있는 점도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손동영 기자> ◎설문내용 1. 최근 금융위기설이 그 어느때보다 강력하게 유포되고 있습니다. 과연 이대로 가다간 파산하는 금융기관이 출현하고 금융시스템의 붕괴가 현실화되는 사태가 도래할 것으로 보십니까. 2. 은행 및 종금사들의 대외신인도가 급락하고 있습니다. 정부차원의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우선 제일은행에 대한 한은 특융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어떤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3. 대기업 부도설이 나돌때마다 종금사들의 무분별한 어음교환이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또 거대기업의 부실이 늘면서 종금업계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런 악순환은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4. 최근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이 한때 달러당 9백원선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동남아 각국의 외환위기를 지켜본 때문인지 우리도 예외가 아닐 것이란 우려가 높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볼 때 외환위기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5. 현재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의 적정수준을 어느 선으로 보십니까. 6. 우리나라 외한보유고는 7월말현재 3백37억달러이며 8월 중 당국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에 따라 3백30억달러 이내로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연말까지 외환보유고를 3백60억달러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적정 외환보유고 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김경민 외환은행이사대우 ▲김기현 산업은행부 총재보 ▲김창근 선경그룹재무팀장(상무이사) ▲김창부 한일은행 이사 ▲김태일 전경련이사 ▲박석원 한미은행 이사 ▲변병주 조흥은행 상무 ▲어윤대 고려대경영대학원장 ▲유경찬 한불종금이사 ▲이용호 한화그룹재정담당이사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 ▲이철수 보람은행 상무 ▲이태봉 종합금융협회경제연구소장 ▲임한호 삼삼종금 이사 ▲장광소 상업은행 상무 ▲정기영 삼성금융연구소장 ▲정영준 미원그룹비서실장(전무) ▲정찬재 거평그룹 전무 ▲정해왕 한국금융연구원부원장 ▲홍성균 신한은행 이사(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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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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