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찰력 못 믿겠다" 민간경비원 채용 급속 확산

대낮에도 강력범죄 빈발…강남·분당·용인등 고급단지 자체경비 강화<br>작년 업체수 2,500개·종업원 12만명 넘어


부유층의 상징인 강남의 타워팰리스 주상복합아파트. 이 아파트에는 경찰과 비슷한 정복을 입은 경비원 40여명이 하루종일 외부인 출입을 감시하고 쉴 새 없이 내부 순찰을 도는 등 경찰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특히 곳곳에 설치된 방범시설들은 사소한 문제도 즉각 해결될 정도로 신속하게 작동, 입주자들의 만족도도 대단히 높다. 이 같은 풍경은 타워팰리스뿐만 아니라 인근 아파트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심지어 분당이나 용인, 강북 미아동의 일부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도 민간경비원을 채용, 자체 경비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2월 용산 초등생이 성폭행당한 뒤 무참히 살해당하고 부녀자가 대낮에 납치되는 등 강력범죄가 빈발, 경찰치안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이처럼 민간경비 채용사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일 경찰청과 한국경비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현재 민간 경비업체 수는 2,577개로 연말까지는 3,000여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01년에 비해 1,100여개 이상이 늘어난 것이고 매년 120여개 업체가 새로 생겨나는 등 경비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경비원 수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민간경비업체 종업원 수는 2001년 9만7,117명이던 것이 지난해 6월 말 현재 12만6,126명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는 13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강력범죄가 빈발하는 등 경찰 치안력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확산일로에 있다. 이상원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민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치안에 대한 인식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강력범죄가 늘어나는 등 경찰치안의 한계 때문에 부유층을 중심으로 민간경비를 통한 안전욕구를 충족시키는 경향이 확산되고 또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족한 경찰 예산도 이 같은 경비산업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 예산은 매년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고 있어 국민들의 치안우려를 채워주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예산은 2003년 5조4,760억원에서 2004년에는 5조4,269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하기도 했다. 2005년에는 5조8,234억원, 2006년 6조2,512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연평균 증가율은 물가상승률과 비슷한 4.7%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경찰 1인당 담당 국민 수가 400여명이 넘을 정도로, 선진국의 200~300명과 비교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복지예산만 늘릴 게 아니라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가는 치안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치안공백을 틈타 민간경비 시장은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민간경비학회 추산에 따르면 올해 시장 규모는 3조5,000억원에서 4조원 수준이고 5~10년 이내에 20조원으로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민간경비학회의 한 관계자는 “정확한 시장규모는 추정이 어렵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 사례를 볼 때 오는 2012년 이후에는 2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민간경비가 강남의 고가 아파트나 분당 등의 부유층이 거주하는 맨션단지 등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치안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경비업체 가운데 서울 소재의 경우 1,142개로 부산(224), 대구(144), 인천(96), 제주(16) 등과 비교할 때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등 절반 정도가 서울에 몰려 있어 치안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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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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