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emailcafe.net에 연재되는 산업부 고진갑기자의 베이징통신을 sedaily.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이번기사는 2002년 11월 26일 작성된 기사입니다.
지난 18일 현대자동차의 중국 합작회사인 `베이징현대자동차`에서 첫 차가 생산됐습니다. 중국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이 차는 2,700cc급 뉴 소나타. 이 차는 중국언론과 소비자들은 물론 중국 택시기사 사이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베이징 택시, 택시기사들이 갖고 있는 소나타에 대한 평가와 관심을 소개할까 합니다.
초보 베이징런(人)인 저는 추주치처(택시)를 자주 이용합니다. 택시를 애용하는 이유는 상당히 많습니다. 우선 자가용이 없다는 것과 이곳에 온 지 얼마 안돼 현지 물정과 지리를 잘 모른다는 점이 택시에 쉽게 올라타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보다 원초적인 원인인지는 모르지만 편안함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적인 욕구도 택시를 자주 타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무심코 타는 택시비용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가능하면 공공치처(버스)를 타려고 하지만 택시를 타는 편리함(?)에 빠져 택시의 유혹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들어서는 `적은 돈으로 중국말을 연습한다`는 핑계까지 만들어 자주 택시에 오르곤 합니다. 가뜩이나 말할 기회가 적은 저로로서는 셔푸(택시기사)와의 대화가 짧은 중국어를 연습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택시를 이용하면서 항상 느끼는 인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불안하다`는 것과 `택시강도가 얼마나 많길래(?)`가 그 것.
저를 불안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택시 크기가 적고 노후하다는데 있습니다. 이곳 택시의 크기는 쉽게 말해 한국의 `티코`나 `프라이드`정도를 연상하면 됩니다. 그나마 이곳 택시는 한국 자동차와는 달리 견고함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 택시에 올라탈 때 마다“부딪히면 끝장 난다”는 생각이 엄습할 수 밖에 없지요.
`택시 강도가 많은 것 아니냐`는 선입견은 운전석을 둘러싸고 조수석과 뒷좌석을 기역자로 나누어 만든 칸막이에서 비롯됩니다. 이를 보면 `얼마나 승객을 못 믿길래`라는 생각이 떠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베이징 택시에도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차량 크기가 조금씩 커지고 칸막이가 없이 운행하는 택시가 간혹 눈에 띠기 시작한 것.
그러니 왕성한 저의 호기심에 시동이 걸리지 않을 수 없지요. 짧은 중국어가 입에서 툭툭 튀어 나옵니다. 기사에게 “셔푸 젼머 젼머(기사양반 어떻게 된 것입니까)” “셔푸 뚜이 뿌안 마(불안하지 않습니까)” 등을 물어봅니다.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예상대로 “올림픽 개최를 앞둔 도시환경 미화 때문”이라는 것이 대부분이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도 “손님은 좋을 지 모르지만 기사 입장에서는 왠지 불안해서 일하기가 두렵다. 하지만 시대적인 상황이 이러하니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기사들의 이 같은 답변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베이징 택시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결국 불 수 밖에 없고, 조만간 이 바람은 강풍으로 변할 징조가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그 중심에 바로 `소나타`가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이 잘 알고 있듯 내년부터 베이징 택시가 소나타로 교체되면서 변혁의 바람을 더욱 강하게 불러 넣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코 허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저는 택시 기사들과의 대화에서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저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느끼고 있기도 하고요. 택시 기사들이 소나타에 대한 높은 관심과 애착을 보이면서 저의 어깨도 덩달아 으쓱해 지고 있는 것이지요.
이 사실은 가뜩이나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에도 택시를 타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자동차 산업과 우리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애국심이 발동하고 있는 것이지요. 소나타에 대한 얘기는 택시에 오르면서부터 내릴 때 까지 끝없이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소나타와 한국 자동차에 대해 기사들이 잘 모르는지 알고 “소나타 헌 하오(소나타는 매우 좋다)”, “한꾸어 치처 페이창 하오(한국 자동차 매우 훌륭하다)” 등을 연발하며 그들의 관심을 끌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럴 필요까지 없다는 사실을 곧 알아차렸습니다. 기사 대부분이 앞으로 자신들이 운전할 `소나타가 좋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 얘기를 반복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중국 기사들의 소나타에 대한 호감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좋은 자동차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앞으로 중국시장을 평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분 좋은 평가도 함께 늘어 놓습니다.
기사들과의 대화과정에서 저의 동물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것은 소나타가 중국에서 `대(大)성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이 같은 전망은 우선 소나타에 대한 좋은 평가와 함께 기사 대부분이 덧붙이는 말이 “한꾸어 흐어 중꾸어 펑요우(한국과 중국은 친구나라)”, “중꾸어런 부시후안 르번(중국인은 일본을 싫어한다), “중꾸어런 시후안 한꾸어(중국사람들은 한국을 좋아한다)”는 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기사들의 이 같은 말은 시사하는 바가 너무 많습니다. 소나타의 우수성이 기사들을 통해 중국 국민에게 서서히 알려지고,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이 어우러질 경우 `혼다` 등을 통해 이미 진출해 있는 일본 업체를 누르고 현대자동차가 중국대륙을 평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같은 평가는 아주 작은 소품에 불과할 것입니다. 기사들 얘기만 가지고 소나타와 현대자동차의 성공 가능성을 서둘러 예견하기는 어렵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중국시장에 코끼리 더듬기를 시작하는 `소나타`에 대한 베이징 기사들의 사전 평가가 이 정도라면 현대자동차의 중국 상륙은 일단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 까요. 광활한 대륙 중국 땅에서 소나타가 활보하는 모습을 이른 시일 내에 보기를 기대해 봅니다.
<고진갑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