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제유가 증산여부에 달렸다

내달 OPEC 각료회의 세계 촉각지난 3월말 정례 각료회의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하루평균 171만배럴의 원유증산에 합의하면서 배럴당 22~28달러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요즘 심상치 않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1일 약 50여일만에 배럴당 29달러선에 재진입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1주일째 29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기구(EIA)와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석유관련 전문기관들이 석유공급 부족을 잇따라 경고하면서 형성된 고유가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오는 6월21일 열리는 OPEC 임시 각료회의 결과에 온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 3월 200만배럴 이상의 석유증산을 요구했던 미국과 석유전문 애널리스트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에서 증산을 합의한 OPEC이 생산량을 더 늘리느냐 여부가 앞으로 유가향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OPEC측이 생산량증대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어 증산은 매우 불투명한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알제리 등 OPEC 산하 주요국 석유장관들은 지난주부터 6월증산 결정은 어림 없는 소리라며 일축하고 나섰다. 이들은 현재 유가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 시장 수급상황은 4월 이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알제리 석유장관은 『일부 투기세력들의 농간에 국제사회가 놀아나서는 안 된다』며 유가상승의 책임을 OPEC측에 전가하지 말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미국을 비롯한 석유소비국들은 OPEC의 생산량 동결 움직임을 비난하며 본격적으로 증산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과 12일 미 샌디에고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에너지장관 회의장에서 고유가에 대한 불안감이 명확히 표출됐다. 겨우 진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다시 치솟으며 경제 불안요인으로 떠오르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던 것. 회의를 마치고 발표된 성명에서는 OPEC측에 석유증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미 정부당국도 OPEC에 증산을 분명히 요구하고 나섰다. 빌 리처드슨 미 에너지장관은 12일과 16일 유가급등세에 우려를 표명하고 OPEC이 증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처드슨 장관은 OPEC이 계속 강경입장을 고수할 경우 6월21일 이전에 사우디, 쿠웨이트 등 중동국가들을 직접 순방, 개별적인 설득작업에 나설 의향까지 밝히고 나선 상황이다. 미국이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권말기 권력누수현상인 이른바 「레임덕」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유가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군사 및 기술지원 등으로 OPEC내 친서방 국가들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이 치열한 선거전으로 인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 최근 OPEC측의 강경입장을 전형적인 언론플레이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유가상승시마다 강경발언으로 가격을 끌어올린 뒤 최대한의 반대급부를 이끌어낸 OPEC의 관행으로 미루어 볼 때 최근의 발언도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김호정기자GADGETY@SED.CO.KR 입력시간 2000/05/18 19:48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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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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