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개선돼야 할 감사원 정책감사

감사원이 지난 주 400만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카드회사의 경영위기를 초래해 아직까지도 헤어나지 못하는 장기적인 내수 침체를 야기하고 있는 ‘카드 대란’에 대해 특감 결과를 내놓았다. 한마디로 감독이 부실했으나 정책 실패를 나무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2002년 카드사에 대한 감독책임을 맡았던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을 인사 조치하도록 금융감독위원장에게 통보했고 나머지 기관에 대해서는 기관주의조치만을 취했을 뿐 당시 재정경제부장관ㆍ금융감독위원장ㆍ규제개혁위원장 등 정책책임이 있는 고위관료에 대해 전혀 문책을 요구하지 않았다. 물론 정책은 선택의 문제다. 선택의 문제라는 뜻은 모든 정책에는 일정 수준의 부작용이 뒤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부작용을 가급적 차단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다. 감사원의 정책감사는 이 의무이행 정도를 가려내는 데 집중돼야 한다. 그러나 결과를 볼 때 책임소재를 가리려는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닌가 의문이 들 정도다. 정부는 내수진작이라는 정책목표를 수행한 것이고, 감독기능은 시장에 맡긴 것이므로 공무원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책선택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면 공직사회에 복지부동만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도 곁들인다. 감사원은 2002년 소득이 없어 국민연금 보험료의 납부 예외자로 등록된 184만명에게 431만매의 카드를 발급했다는 사실을 적시하는 등 무려 40여건의 부당위법사례를 지적하면서도 감독기구의 개선에만 초점을 맞춘 특감결과를 내놓고 있다. 결국 카드정책의 실패에 대해 면죄부만 주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 같은 감사결과에 대해 김대중 정부에서 카드정책에 관여했던 고위 관료들이 참여정부에서도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는 사실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전윤철 감사원장이 재경부 장관으로 카드정책을 집행했던 인사라는 사실이 감사의 한계를 말해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물론 당시의 카드정책이 내수진작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아직도 우리 경제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정책오류의 책임은 크다고 하겠다. 또한 감사원이 정책상의 잘못을 감독체계상의 문제로 둔갑시키고 민간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금감원의 힘을 약화시키는 내용의 정책권고를 내놓은 것도 다른 편에서 보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 받을 소지가 높다. 감사원은 시민단체 등이 이번 특감을 ‘부실 감사’로 비난하는 저변을 진지하게 살펴보고 정책감사의 기본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6개월이나 걸린 카드감사의 결과가 솜방망이 감사로 그친다면 언제든지 제2의 신용대란이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