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플랑크톤 대량 증식시켜 공기중 CO₂흡수"<br>美해양학자 1988년 주장 최근에 다시 주목받아<br>환경단체등 반대속 美기업 내년 대규모 실험 추진<br> 실질적 효과·생태계 무해성 입증할지 큰 관심
| 식물성 플랑크톤은 이산화탄소를 섭취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철가루 살포를 통해 식물성 플랑크톤을 대량 증식하면 대기 중의 CO2를 흡수,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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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랑크토스가 해양에 대한 철가루 살포를 위해 구입한 웨더버드 2호. 하지만 이 선박은 환경단체의 반발로 제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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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산화탄소(CO2) 배출 감소를 통해 얻어진 탄소배출권이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시장 규모만 640억달러에 달할 정도다. CO2 저감은 이처럼 지구온난화 방지라는 대의적 목적에 더해 막대한 금전적 가치까지 가지고 있다. 최근 이 같은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한 CO2 저감기술의 하나로 바다에 철(Fe)가루를 뿌려 식물성 플랑크톤을 대량 증식하는 방안이 제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공기 중의 CO2를 흡수, 심해저에 수백년간 저장하는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이 기술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바다 생태계에 대한 철가루의 유해성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
# 지구온난화와 철가루의 상관관계
지난 1988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소재 우즈홀 해양학연구소에서 환경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캘리포니아 주 모스랜딩해양연구소의 존 마틴 소장은 “유조선 반척 분의 철가루만 있다면 온난화로 고통받는 지구를 빙하시대로 되돌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구온난화와 철가루의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발언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저명한 해양학자인 마틴 소장의 주장은 상당히 과학적인 근거에 토대하고 있다.
지구 생태계의 구성물 중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를 가장 많이 흡수ㆍ저장하고 있는 생명체가 바로 식물이라는 점, 그리고 식물성 플랑크톤이 성장하려면 질소나 인과 같은 영양소에 더해 철 성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모든 영양소가 풍부한 바다에도 철 성분은 늘 부족하다. 즉 바다에 부족한 철가루를 인공적으로 살포, 식물성 플랑크톤을 대량 증식할 수 있다면 이들이 공기 중의 CO2를 흡수함으로써 지구온난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마틴 소장의 생각이다.
이렇게 CO2를 흡수한 식물성 플랑크톤은 동물성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고 이들은 다시 어류의 먹이가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CO2가 호흡을 통해 재(再)방출되지만 대부분이 배설물 및 생물 잔해의 형태로 심해저에 가라앉아 수백년간 저장된다는 것.
마틴 소장은 갈라파고스제도 인근 해역처럼 질소ㆍ인 등이 풍부한 해역에 철가루를 살포할 경우 이 메커니즘에 따라 지구 생태계 내의 CO2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기업 플랑크토스의 좌절
마틴 소장은 1993년 사망하기까지 자신의 이 이론을 입증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역사에 묻힐 뻔했던 이 혁명적 기술이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은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환경기업 플랑크토스사가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해 이 기술의 상용화에 나선 것이다. 실제 이 회사의 설립자 러스 조지는 길이 34.5m의 웨더버드 2호를 구입, 갈라파고스해를 비롯한 대서양에 총 6차례의 철가루 살포계획을 추진했다.
당시 플랑크토스는 철가루 살포 후 3주 정도면 식물성 플랑크톤의 대량 증식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임무 수행 전부터 자신들이 갖게 될 탄소배출권을 톤당 5달러에 팔기까지 했다. 하지만 갈라파고스해에서의 첫 임무를 앞두고 플랑크토스는 암초를 만났다.
에콰도르의 환경단체인 악시온 에콜로히카와 그린피스의 회원들이 갈라파고스해를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며 강력 반발한 것. 이들은 또 철가루가 나노 크기라는 점을 들어 플랑크토스가 역대 최대 규모의 인공 나노입자 살포실험을 하려 한다고도 주장했다. 플랑크토스는 철가루의 원료가 철광석의 일종인 적철석으로 선박 측면에 생기는 녹과 같은 성분이라고 해명했지만 반발은 잦아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살포지역을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로 변경, 1만360㎢ 해역에 100톤의 철가루를 뿌리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하지만 이 역시 스페인 당국의 영해 진입 금지로 좌절된다. 환경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인 스페인 정부가 유독성 물질인 철가루를 자국 영해에 투기하려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계획을 철회한 플랑크토스는 급격한 주가 하락과 자금난을 겪으며 이 사업을 포기했다.
#생태계에 대한 무해성 입증 필요
플랑크토스의 좌절은 궁극적으로 철가루 살포와 이를 통한 식물성 플랑크톤의 대량 증식이 정말로 CO2 배출 저감 효과를 발휘할지, 특히 지구 생태계에 무해할지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마틴 소장의 발표 이후 지금껏 약 12건의 철가루 살포실험이 이뤄졌지만 식물성 플랑크톤이 CO2를 흡수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3건에 불과하다. 또한 가장 오랜 기간 수행된 실험이 6주에 불과한 탓에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아예 평가할 수조차 없었다. 전문가들은 생태계 무해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약 5,000만~1억달러의 비용을 투자해 최소 3~5년간의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론자들이 이 실험에 반대하는 근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들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처음에는 CO2 저감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이것이 대기 중으로 되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일시적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위적인 식물성 플랑크톤의 증식이 또 다른 온실가스인 메탄과 질소를 추가 발생시켜 지구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것.
다수의 철가루 살포실험에 참가했던 켄 뷔슬러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죽어서 분해될 때 CO2는 바다 속 깊숙이 가라앉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취약한데다 가라앉은 CO2가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는 그조차 알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클리모스의 새로운 도전
플랑크토스의 좌절 이후 샌프란시스코의 또 다른 환경기술 개발기업인 클리모스가 바통을 넘겨받았다. 이 회사에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지구과학 부문 부부장 마거릿 레이넨을 비롯해 다수의 과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올 3월 철가루프로젝트를 위해 350만달러의 자금 유치에 성공한 상태다. 투자자 중에는 전기스포츠카 제작사인 테슬라모터스의 회장 엘론 머스크도 포함돼 있다.
레이넨 부부장의 아들이자 클리모스의 창업자인 댄 웨일리는 내년에 철가루 살포를 위한 첫 항해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이 프로젝트는 배를 몰고 바다에 나가 철가루를 뿌리기만 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실제 CO2 감소 효과가 있는지, 주변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집중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과학자들과의 연대 및 심층연구를 통해 플랑크토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그린피스 소속의 과학자인 폴 존스턴은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한다. 인류가 에너지소비량을 줄이고 에너지 생산 수단을 변경하는 것만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이넨은 “직접 증명해보지도 않고 실험 자체를 막는 것은 과학자가 해서는 안 될 비과학적인 태도”라며 실험을 통해 효용성을 인정받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플랑크톤이 섭취한 CO₂대기 방출량은 확인안돼
바다의 부유 미생물인 식물성 플랑크톤은 육상식물과 마찬가지로 이산화탄소(CO2)[A]를 섭취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하지만 대량으로 증식하려면 철 성분이 필요하다.
인공적으로 살포된 철가루로 식물성 플랑크톤은 대량 증식하게 되며 증식 후 동물성 플랑크톤의 먹이가 된다. 동물성 플랑크톤은 어류 등의 먹이가 되며 남은 잔여물들은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된다.
이 과정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섭취한 CO2 일부는 물고기와 동물성 플랑크톤의 호흡을 통해 대기 중으로 방출[B]되지만 대부분은 어류의 배설물과 생물 잔해 형태로 심해저에 가라앉는다.[C] 다만 식물성
플랑크톤이 흡수한 CO2 가운데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양과 심해저로 가라앉는 양이 정확히 어느 정도의 비중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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