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을 등장시킨 최초의 영화는 1897년 프랑스의 멜리메스에 의해 제작된 「어릿광대와 꼭두각시」다. 미국 최초의 로봇영화는 1907년 「기계인형」이며, 무성영화 시절의 최고걸작 SF중 하나로 꼽히는 「앨리타, 로봇들의 반란」은 1924년 러시아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당시의 로봇 이미지는 결코 좋은 편은 아니었다.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괴물, 기분 나쁘게 인간을 닮은 인형, 또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기계라는 식의 인식이 퍼져서 사람들의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1951년은 로봇과 관련된 흥미로운 영화 「지구가 멈춘 날」이 발표된 해다. 외계인이 비행접시를 타고 지구와 날아와 인류의 호전성을 경고한다는 내용으로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고전 걸작 SF다.
1968년에 발표된 「2001년, 우주의 오디세이」에서는 인간과 컴퓨터의 갈등이 섬뜩하게 펼쳐져 주목을 끌었다. 우주선의 중앙통제 컴퓨터가 승무원들 몰래 비밀 명령을 부여받고는 논리적 모순에 빠지자 사람들을 하나씩 제거한다. 인공두뇌의 사고나 행동양식에 관한 중요한 본보기가 되는 작품이다. 이와 비슷한 설정이 1979년작 「에일리언」에도 나오는데, 여기서는 상업우주선에 탑승한 인조인간 승무원이 회사측의 방침에 따라 인간 동료들을 따돌리고 비밀 임무를 수행하려 한다.
대머리 명배우 율 브린너가 로봇 총잡이로 나오는 1973년작 「웨스트 월드」는 오늘날 잘 알려진 인기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이 직접 쓰고 감독한 영화로도 유명하다. 일단 결정된 임무는 완수할 때까지 냉혹하게 수행하는 로봇의 무자비함을 매우 실감나게 묘사했다.
1980년대로 들어오면서 영화 속의 로봇은 인간의 정체성이라는 좀 더 심화한 주제를 다루는 방편이 된다. 1982년작 「안드로이드」나 「블레이느 러너」는 모두 인간보다 더 절실하게 인간성을 추구하는 안드로이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과연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심도깊게 파헤쳤다.
1986년작 「NO.5 파괴작전」이나 그 이듬해 발표한 「8번가의 기적」은 모두 로봇을 귀엽고 친근한 모습으로 묘사한 유쾌한 영화들이다. 한편 「터미테이터」나 「로보캅」처럼 막강한 능력과 철저한 추진력을 지닌 로봇들도 이 시기에 등장했다.
90년대 영화에선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상황을 자주 등장시킨다. 로봇의 역기능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이야기한 것. 스스로 진화하는 인공지능(AI)을 가진 컴퓨터가 인류를 멸망시키고 사이버 지구를 창조해 인간의 기억까지 지배한다는 내용의 「매트릭스」는 이 시기 로봇 영화의 대표적인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