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경영인' 김정태 국민은행장(56)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강당에서 이임식을 갖고 35년간 몸 담았던 금융계를떠난다.
옛 주택은행을 거쳐 통합 국민은행장으로 일한 지난 7년간 김 행장은 주주 우선의 경영스타일로 우리나라 금융업계를 대표하는 전문경영인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은행의 공공성을 무시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받고있다.
◆주주 우선한 시장 수호자
전남 광산 출신으로 지난 1969년 조흥은행에 입사, 금융계에 첫발을 디딘 김 행장은 1976년 대신증권에 입사해 4년만인 34살에 상무에 오르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여년 동안 증권업계에서 일했고 1998년 동원증권 사장에서 주택은행장으로 발탁돼 최초로 증권맨 출신 은행장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주택은행장 시절에는 월급을 1원만 받는 대신 40만주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선택,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이어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의 합병을 주도해 2001년 11월1일 국내 최대은행인 통합 국민은행장에 올랐다.
국민은행장으로 와서도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고 은행의 이익을 많이 내는게 은행장의 역할이라는 자신의 경영철학에 따라 `시장'과 `주주'를 위한 경영을 펼쳤다.
그는 2001년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정부 주도의 구제금융에 참여하라는 요구를"은행 경영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거부했고 지난해 LG카드 사태 때도 "무원칙적인 지원은 할 수 없다"고 버텨 산업은행이 LG카드를 떠맡도록 만들었다.
때문에 외국계 투자자들과 시장으로부터 `시장 수호자', `역시 김정태'라는 평가를 받았다.
◆은행 공공성 외면
하지만 시장과 주주 우선의 경영철학 때문에 자사 이기주의에 치중한 `장사꾼'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LG카드 사태 당시 정부는 물론 금융계에서 "은행 이익도 좋지만 시장 전체의 안전을 고려해야 하는 것도 선도은행의 책무"라는 얘기가 나왔다.
또 통합 국민은행 출범 이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주택은행, 국민은행, 국민카드로 분리돼 있는 노동조합 통합에 실패했고 작년 5월 급성폐렴으로 입원했을 때에는 복귀가 어렵다는 얘기가 나와 조직 장악력을 의심받기도 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자사주 취득기간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제재를 받는 등 도덕성 시비에 휘말렸으며 결국 절세를 위한 회계규정 위반으로 연임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퇴장하게 됐다.
금융계 관계자는 "김 행장이 이전의 은행장들과 달리 주주와 시장 중심의 성과주의 경영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은행의 공공성 부분에는 소홀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