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12월 결산법인 주총 결산

소액주주 운동 '절반의 성공'삼성ㆍLGㆍSKㆍ현대자동차 등 주요그룹의 정기 주주총회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올해 주총은 전에없이 관심을 끌었다. 참여연대를 중심으로한 소액주주운동이 국민적 관심을 끌면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고, 동아건설 사태에서 촉발된 '회계대란'으로 경영의 투명성에 대한 관심과 대책도 활발했다. 관련기사 올해 주총은 또 기업은 물론 소액주주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얻은 '윈윈게임'이었다. 고율 배당과 자사주 소각규정의 신설 등 주주이익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사상 최대의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사상최대의 승진 잔치'를 폈다. 이와함께 의욕적인 경영계획을 발표, 경영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사수 축소도 공통점.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인 상장사의 경우 전체이사의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우도록 한 증권거래법 개정에 따라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사수를 줄였다. 특히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현상은 '소액주주들의 반란'이다. 대기업에서는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을 빼고 대부분 '생각보다 쉽게' 주총을 마무리지었지만 중견ㆍ중소기업에서는 소액주주들이 주식을 모아 적대적 인수합병에 나서고, 이를 성공시키는 경우까지 나타났다. 경영권 방어가 현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소액주주 운동 절반의 성공='독립된 사외이사 선임'을 올해 대기업주총 전략으로 삼은 참여연대는 역량을 집중시켰던 삼성전자 주총에서 자신들이 추천한 전성철 변호사를 이사로 진입시키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함께 타깃으로 삼았던 SK텔레콤과 현대중공업에는 추천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토록 했다. 삼성전자 주총에서 전성철 변호사를 내세워 이학수 삼성구조조정본부 사장을 후보로 민 경영진쪽과 표대결까지 벌였으나 실패했다. 하지만 참석 의결권의 16% 이상을 확보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또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씨의 경영참여 문제를 놓고 삼성전자 경영진과 설전을 벌이면서 자신들의 위상을 재확인시켰다. 이를 종합할 때 소액주주 운동은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그 반대는 '절반의 실패'가 자리하고 있다. 소액주주 운동에 대한 재계의 반발이 전에없이 강해졌고, 이는 경제단체 상근부회장단의 '소액주주 활동 중단 성명'까지 가져왔다. 이는 앞으로 소액주주 운동에 적잖은 어려움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소액주주들의 적대적 인수합병 움직임이 전에없이 두드러졌다. 대한방직을 비롯 조광페인트, 중앙제지, 무한기술투자 등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은 일부 기업에서 소액주주들이 뭉쳐 대주주와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폈다. 대한방직은 소액주주들이 이사회를 장악, 사실상 적대적 인수합병을 했다. 이 문제는 소액주주 운동의 한계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정당한 요구를 위한 소액주주들의 반란은 필요한 것이지만 돈을 노린 경영권 분쟁은 기업과 다른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등기이사 줄이고 스톡옵션 대거 늘려=등기이사 수를 줄이고 스톡옵션 주식매입선택권) 을 늘린 것도 올해 주총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는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사외이사의 비율을 50%로 늘려야 하는데 마땅한 사외이사감을 찾지 못하자 이사수를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데 따른 것. 이를 주도한 곳은 삼성. 삼성전자는 21명인 등기이사를 14명으로 줄이고 스톡옵션 대상도 부장급 간부로 확대했다. 삼성은 특히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사외이사를 3명으로 늘렸다. 삼성SDI는 스톡옵션 부여와 정관상 등기이사수 축소 등에 대한안건을 의결했다. 이 회사는 임직원 53명에게 스톡옵션 41만9천500주를 부여하고 등기이사수를 14명 이하에서 8명 이하로 줄였다. 올해 이사보수 한도를 58억원으로 의결했다. 삼성테크윈은 39명에게 68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안건을 의결했으며 정관 변경을 통해 등기이사수가 9명에서 6명(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3명)으로 줄였다. LG전자는 등기이사를 12명에서 8명으로 줄였으며, 이사보수 한도는 기존 30억원에서 31억원으로 늘렸다. 삼성전자는 정관상 등기이사수를 21명 이하에서 14명 이하로 축소하고 사외이사를 기존 6명에서 1명을 늘려 7명으로 구성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10명, 9명이던 등기이사수를 각각 8명과 6명으로 줄였으며, 효성도 14명에서 10명으로 감축했다. 코오롱과 제일모직은 이사수는 지난해와 같지만 보수한도는 코오롱이 15억원에서 20억원으로, 제일모직은 20억원에서 25억원으로 늘렸다. ◇주주이익의 중시=고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이익을 우선하는 조치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기업들이 고배당을 결의한데는 지난해 주가하락으로 손해를 본 주주들에게 어느 정도 보상해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외국인을 비롯한 주주들의 고율배당 요구도 적지 않은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상당수 기업들이 정관에 이익소각 규정을 신설한 것은 주가관리를 통해 주주들의 이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에쓰오일은 앞으로 3년간 75%의 배당을 실시하고 그 이후 2년간 100%의 고배당을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외국인 지분율이 50%가 넘는 포항제철은 50%의 고율배당을 결의, 주주들의 고율배당 요구에 부응했다. LG전자도 20%(보통주 기준)의 고배당을 결의했으며, 현대차는 12%, 한진해운은 10% 등 대부분 기업들이 10% 이상의 배당을 하기로 했다. 현대하이스코, 코오롱, SK글로벌, 한국타이어 등 많은 기업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소각규정을 신설하는 등 주주이익을 중시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위기 정면돌파한다=의욕적인 경영계획을 통해 경영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두드러진 것도 올해 주총의 특징. 삼성 계열사들은 지난해와 같은 안정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사력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포철은 대형와 추세와 경쟁에 대응, 글로벌 제휴협력과 고객중심의 경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도 긴축ㆍ유연ㆍ위기 관리 경영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기로 했고, 신세계백화점은 할인점과 인터넷 등을 통한 종합유통회사로 이미지 전환을 위해 상호를 신세계로 바꾸고 2005년까지 백화점과 할인점을 90개로 늘려 매출 15조원, 이익 9,2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고진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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