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소렌스탐 포비아

김진영<문화레저부 차장>

미국 LPGA투어 선수인 아니카 소렌스탐은 요즘 동료들 사이에서 두려움의 대상이다. 다른 선수보다 보통 20~30야드씩 거리를 더 내는데다 날카롭기가 날 선 작두 같은 퍼팅 솜씨로 동반자들을 주눅들게 하고 있다. 28일 끝날 시즌 첫 메이저대회에서는 5타 차 선두를 달려 올해 출전한 3개 대회 전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근대 골프에서는 남녀를 통틀어 한번도 없었던 시즌 4대 메이저대회 전승, 즉 그랜드 슬램도 노려볼 기세다. 이런 ‘소렌스탐 포비아(Phobia)’는 지난 90년대 후반 남자골프계에 나타났던 ‘우즈 무섬증’보다 더 강하게 동료 선수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 같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소렌스탐이 강한 가장 큰 이유는 철저한 준비와 연습이다. 하지만 매섭게 자신을 몰아세우며 훈련하는 것은 한국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유가 있다면 ‘나이’가 아닐까 한다. 소렌스탐은 이제 35세, LPGA 무대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은 대부분 20대 중반이다. 이런 나이 차이는 그 세월 동안 쌓은 인생 경험의 차이를 상징한다. 소렌스탐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주니어 시절을 보냈고 미국 LPGA 퀄리파잉 스쿨 첫도전에 실패했으며 유럽투어를 거쳐 미국 무대에 입성했다. 대학 생활도 했고 연애도 했으며 결국 이혼으로 끝났지만 결혼 후 임신을 위해 조기 은퇴를 고려할 만큼 인생 고민도 많았다. 스스로의 선택했어도 가슴 한구석에는 늘 어른들의 지도와 지시를 기다리는 듯한, 그래서 뒤늦게 사춘기를 겪듯 인생의 혼란을 경험하고는 하는 한국 선수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 소렌스탐에게는 자신의 일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힘이 더 있는 것 같다. 갈수록 커지는 ‘소렌스탐 포비아’ 때문에 너무 일찍 프로 무대에 무작정 뛰어 드는 한국 여자 선수들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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