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노사정 '콘클라베'라도 해봐라


"노사 갈등이 전제돼 있으니 대타협 아니겠습니까. 마지막 하루가 중요합니다. "

시한이 임박해 왔는데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대답이다.


"어려운 일이긴 한데 잘 될 거라 기대해달라"는 이 장관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녹록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당장 오는 31일 대타협 시한 하루 전날에서야 어렵사리 초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보이며 일각에서는 간극이 좁혀지지 않아 4월말로 시한을 늦춘다는 '연기설'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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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600만과 청년체감실업률 20%,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라는 이중구조를 생각하면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절실하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도 같지만 노동계는 아래에서 위로, 경영계는 위에서 아래로 격차를 좁히겠다는 시각 차에서 한치의 물러섬도 없으니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구조개선특별위원회를 넘어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수 차례 비공개로 노사정 대표자 회동을 갖던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31일까지 더 이상의 대표자 회동을 갖지 않고 특위로 모든 창구를 단일화시켰다. 이로써 31일로 예정돼 있는 내부 중앙집행위원회(중집)가 더욱 중요해졌다. 여기에 장외에서 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은 대타협이 나올 경우 4월 총파업으로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파급효과가 막대한 만큼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같은 상황인 셈이다.

그렇다면 공전을 멈추기 위해 본위원회로 테이블을 올려보면 어떨까. 그 자리에서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비밀회의)' 처럼 끝장 토론을 벌여보는 거다. 물론 과거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제)나 복수노조 설립 논의도 2년 이상 걸렸다. 다만 역사적 책무와 결연한 각오를 갖고 치열하게 협상을 하면 일말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관련 법안 국회 처리를 비롯해 개별 단위 사업장에서 받아들이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결단은 빠를 수록 좋다.

새 교황이 선출되면 피어 오르는 흰색 연기를 이번에 우리 노동시장에서도 봤으면 한다. 훗날 청년들을 위해 사회적 대타협 논의를 하면서 어떤 결과물을 내놨습니까 라는 질문에 화답할 수 있으려면 지금은 노사정의 리더십이 발휘돼야 한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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