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1월 27일] 코리아 프리미엄의 활용

한때 시중 음식점에 들어가면 매장 한쪽 벽에 '손님은 왕'이라는 액자가 걸려 있고 심지어 대기업 접견실에도 로얄석을 비워두고 '고객의 자리'라는 명패가 올려져 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괜한 짓처럼 보이겠지만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최첨단 마케팅기법이 난무하는 와중에도 변하지 않는 기업경영의 진리는 여전히 '고객중심'이 아닌가 싶다. 실제 무역업체 종사자들을 만나 이 부분에 관해 물어보면 대답은 한결같이 "바이어는 우리의 생명선이다"라고 이구동성으로 대답하는 걸 들을 수 있다. G20회의는 바이어 유치의 場 최근 개최된 주요20개국(G20) 서울회의와 비즈니스 서밋을 기업인의 관점에서 돌아보아도 마찬가지다. 초대형 국제행사의 성공적 개최로 국격 상승이 많이 언급되지만 무역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사상 첫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로 모인 세계적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의 면면에 먼저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평생 한 번 보기도 힘든 '글로벌 큰손'이 한꺼번에 홈그라운드에 들어왔는데 이 기회에 어떻게든 한 번 만나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고객중심의 관점에서 보면 이들 CEO 한 명 한 명이 '슈퍼 바이어'로 보이는 것이다. G20 회의 개최로 생긴 '코리아 프리미엄(Korea Premium)'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 무형의 브랜드 가치를 비즈니스의 현장에서 활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무역업계를 대표하는 기관에 근무하는 필자 입장에서는 국격과 국가 이미지 상승을 통해 보다 많은 바이어가 한국 기업에 관심을 보이고 한국 제품을 사간다면 그게 바로 돈 버는 길이자 코리아 프리미엄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최근 무역협회가 대규모 무역상담회를 준비하면서 겪었던 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시기적으로 G20 정상회의와 '무역의 날' 중간에 개최되는 '인도ㆍ아세안 프리미엄 무역상담회'에 해외 바이어를 초대하던 중 참가를 주저하던 바이어들이 있었다. 이들 중에는 '포춘 500대 기업'에 들어가는 빅 바이어도 있었기 때문에 삼고초려의 심정으로 열심히 섭외를 했지만 한국은 방문해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던 그들을 전화로 설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의 자포자기의 심정이 될 즈음 반전이 일어났다. 한 젊은 직원의 아이디어로 "G20 세계 정상들이 모였던 역사적 장소에서 개최되는 행사"라는 설명과 함께 COEX의 전경 사진을 보내자 이들의 마음이 흔들렸고 결국 참석하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물론 치밀한 구매전략에 따라 움직이는 빅 바이어가 몇 줄의 글로 참가를 결정한 것은 아니겠지만 분명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여러 요인 중 하나였을 것이다. 코리아 프리미엄이 비즈니스에 활용된 것이다. 글로벌 기업과 네트워크 구축을 코리안 프리미엄은 한 번이라도 한국과 인연을 맺었던 세계적인 스타 기업들과 '빅 바이어 클럽' 같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도 유용할 수 있다. 비즈니스 서밋에 녹색성장을 주도하는 세계적인 기업이 여럿 참가했는데 여기서 형성된 우호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글로벌 협력을 강화한다면 훌륭한 비즈니스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코리아 프리미엄은 때가 되면 익어서 제 스스로 떨어지는 감나무의 감이 아니다. 우리가 좋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잘 활용하면 그야말로 값진 보물이 되겠지만 그대로 방치한다면 그저 역사 속의 한 장면이자 흘러간 옛 노래로 남을 뿐이다. 코리아 프리미엄을 누릴지 말지는 순전히 우리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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