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블레어, 안보와 범죄척결에 `올인'


영국의 집권 노동당 정부가 또다시 보수당 정책을 가로챘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23일 여왕의 입법계획 연설을 통해 테러 및 범죄와의 전쟁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범죄 척결과 테러에 대비한 국가 안보 강화를 내년도 국정 과제로 삼고 일련의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야당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서 사용한 전략을 블레어 총리가답습하고 있다면서 "국민에 대한 협박을 중단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이날 상ㆍ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통해 "정부는 우리가 국제적인 테러리즘과 조직범죄의 증대된 위협으로 인해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며 "모든 국민의 안전을 제고하는 일련의 입법활동이 뒤따르게 될것"이라고 밝혔다. 여왕은 이와 함께 노동당 정부가 내년 회기를 통해 ▲주민등록증 도입 ▲영국판FBI로 불리는 `중대조직범죄청(SOCA)' 신설 ▲범죄자들에 대한 강제적인 약물 검사▲종교적 증오 유발 금지 ▲동물보호단체의 반사회적 행위 규제 ▲테러 예방 및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막기 위한 법안들을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정책은 전통적으로 보수당이 추진해 온 것들로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가능성이 있다'며 비판하는 입장에 서있었다. 자유민주당의 마크 오튼 대변인은 블레어 정부가 노동당 정신을 버리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유권자들을 협박하고 있다면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법률안에 결사적으로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의 집권당은 매년 연말 여왕의 상ㆍ하원 합동회의의 연설을 통해 차기 회기의 주요 입법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의 입법활동 예고는 내년 봄 총선을 앞두고 있어 블레어 정부의 차기 선거공약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정치 분석가들은 블레어 총리가 국민의 관심을 이라크 문제에서 국내 문제로 전환하고 내년 선거에서 보수당이 안보와 범죄 대처 등 사회적 이슈를 들고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 공격'을 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마이클 하워드 보수당수는 "블레어 총리가 보수당이 입어야할 옷을다 입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입을 옷이 없는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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