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퇴임 후 과연 임대주택에서 살 수 있을까? 현재 무주택자인 노 대통령은 지난 26일 `8.31 부동산대책' 마련에 참여한 여당의원 15명을 초청한 자리에서 "퇴임 후 임대주택에 살다가 귀촌(歸村)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정문수(丁文秀)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31일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임대주택에사는 것도 생각해 보겠다'는 말을 두차례에 걸쳐 했다"며 "솔직한 심경이었으며 실행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정 보좌관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기회가 되면 주택공사 사장을 청와대로 초치해 임대주택 예약 계약을 체결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도한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임대주택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 대통령이 퇴임 후 받을 연금과 현재 청약저축 가입자가 아니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8.31 부동산대책'에 새로운 유형의 임대주택이 제시됨에 따라 그 가능성은 열리게 됐다. 판교 주태공급 개선방안의 하나로 `전세형 임대'라는 개념이 새롭게 제시됐기 때문이다.
이번 부동산대책에 따르면 주공이 공영개발 방식으로 건설.분양하는 25.7평 초과 아파트 공급물량의 30% 내외는 임대 아파트로 건설될 예정이며 이 가운데 `전세형 임대'가 포함된다.
다소 생소한 개념인 `전세형 임대'는 임대기간을 2년(연장 가능)으로 하며 임대료는 시중 전세가에 근접해 설정된다. 쉽게 말해 월세가 아닌 전세로 중대형 임대아파트에 사는 것이다.
이는 지난 4월 임대주택정책 개편방안에 포함된 `기존 주택 전세 임대'와는 다른 개념이다.
`전세 임대'는 주공 및 자치단체가 기존의 주택(소형 주택)을 전세로 얻어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임대하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전세형 임대'는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다.
또 `전세형 임대'은 `중산층도 임대 아파트에서 산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성격이 강한 만큼 현재 검토중이기는 하나 일반 임대주택과 달리 까다로운 자격요건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수현(金秀顯)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이와 관련, "(대통령이 임대주택에 살)가능성이 있다면 40∼50평일텐데 퇴임 후 약간의 제도 보완만 있으면 (전세형 임대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전세형 임대'를 통해 임대주택에 입주할 자격이 된다고 하더라도경호 등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퇴임 후 임대주택 거주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