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일색이었던 동대문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싸고 손기술이 좋은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상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다 디자인과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프랑스ㆍ이탈리아 등에서 의류 수입 및 생산을 추진하는 곳도 적지않다. 동대문 패션몰 ‘두타’의 숙녀복 매장 ‘VOK’를 운영하는 김규상(47) 사장은 2년 전부터 가격이 저렴하고 디자인이 독특한 태국의 한 의류회사에 주문 제작한 상품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실제 대부분의 동대문상가 매출이 줄어들었지만 VOK 매장의 매출은 오히려 늘어났다. 김 사장은 “솜씨 좋은 태국의 수공실력으로 우리가 주문한 디자인에 맞게 제품을 만들어주고 인건비가 저렴해 수익성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인도ㆍ네팔ㆍ홍콩 등으로 소싱 국가를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려는 상인들은 중국보다 인건비가 더 싸고 솜씨가 좋은 베트남ㆍ인도ㆍ태국 등 동남아로 소싱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디자인과 상품의 다양성을 강조하기 위해 프랑스ㆍ이탈리아 등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의류를 수입, 생산하거나 생산을 추진하는 상인도 전보다 많아졌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상품의 다양성 확대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전반적인 질적 저하라는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지만 결국 가격ㆍ품질ㆍ디자인 등 특정 부문에서 전문성을 갖춘 상인들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데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민식 에이피엠상가 운영위원장은 “동남아 지역에서 제품을 소싱하면 인건비가 워낙 저렴해 중국보다 이익률이 높고 독특한 디자인도 개발할 수 있어 관심을 갖는 상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의 본거지인 유럽이나 미국 시장을 노크하는 상인들도 적지않다. 국내에 알려져 있지 않은 중저가 브랜드를 수입하거나 기술력을 갖춘 생산업체를 물색하기 위해서이다. 실제 두타는 오는 9월이나 10월께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지역에 시장조사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시장조사단을 상인들로 구성해 가격보다는 디자인과 품질이 우수한 브랜드나 생산회사를 조사할 예정이다. 이승범 두타 대표는 “패션전문점을 지향하는 만큼 다양한 상품 소싱 등으로 패션을 선도하고 있다”며 “중국의 경우 디자인ㆍ생산기술이 많이 향상됐지만 다양성 측면에서는 부족한 만큼 다양성을 갖춘 상품을 소싱하기 위해 시장조사단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