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경제를 살리려면

김희중 국제부장

경제가 심각하긴 심각한 모양이다.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올해 첫 기자회견에서 상당 부분을 ‘경제 살리기’에 할애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IMF 때보다도 더 어렵다는 재계 등 각계의 목소리에도 “그렇지 않다” “언론이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자주 드러냈었다. 그러던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섰다. 그동안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정치적 상황 때문에 일부러 외면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시 정치적 판단 때문에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경제회생에 매진하겠다고 하니 뒤늦으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작은 병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 갖가지 합병증이 생긴 지금 치료는 얼마만큼 될지, 예전의 기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의 주요 부처들이 오래 전부터 이런저런 처방을 하고 있지만 경제는 갈수록 병세가 심해질 뿐 회복할 조짐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 딜레마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재정을 늘리고 금리를 내려도 돈은 돌지 않고 성장률은 되레 뒷걸음질하고 있다. 교과서대로라면 돈이 풀리고 금리가 내려가면 투자가 늘고 고용도 증가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재정을 늘려도 청년은 물론 장년층들도 일거리가 없어 시름에 젖어 있다. 금리도 그렇다. 금리가 떨어지면 기업들은 이자비용이 줄기 때문에 은행돈을 끌어다 사업을 확장하게 마련이다. 개인들은 몇 푼 안되는 이자수입에 기대기보다는 그동안 미뤄두었던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부동산 등 재테크로 눈을 돌리게 된다. 대개 돈 값이 떨어지면 소비와 투자가 늘고 고용도 점차 회복하는 게 순서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투자보다는 현금 쌓아두기에 더 열심이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고 요즘 같은 불황에 투자해봤자 이익은 커녕 본전도 건지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에서다. 개인들은 지갑을 꽉 닫은 채 저축을 늘리고 있다. 물가를 감안하면 이자수입이 마이너스인데도 왜 저축에 몰두하는 것일까.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에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것이다. 큰 병이 아니면 병원에도 가지 않는 실정이다. 우리 경제의 생명줄인 수출도 그렇다. 수출이 2,500억달러를 넘고 무역흑자도 300억달러까지 기록했지만 수출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예전만 못하다. 수출품목이 전자ㆍ자동차ㆍ선박 등 몇몇 산업에 집중돼 있는데다 이들 산업이 과거처럼 노동집약적이 않고 자본ㆍ기술집약형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용도 늘어나지 않고 전반적인 소비로도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경제를 유턴시킬 만한 묘책은 그리 많지 않다. 대통령은 지식서비스산업을 육성하고 유망 중소기업을 3만개 육성하는 등 각종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들은 과거 정부에서도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제를 살리려면 돈을 쏟아붓고 금리를 낮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불확실성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 경제가 많이 헤매온 것은 불확실성이 너무 많았고 미래가 불안해 모두 움츠렸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첫 회견은 불확실성을 상당히 줄였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대통령은 재벌총수들을 만나도 과거처럼 ‘줄 것이 없다’고 했지만 기업들이 바라는 것은 시혜가 아니다. 국제사회가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는 터에 정부가 특혜를 줄 수도 없다.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귀 기울여 듣고 서로 대화의 폭을 넓혀나가다 보면 더 많은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경제는 또 소통이다. 정부와 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와 경영자가 서로 막힌 것을 뚫을 때 그 사회와 조직은 활기가 넘친다. 소통과 희망이 커질 때 경제는 물론 우리 사회에는 생기가 절로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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