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새영화] 베리드

관 속에 갇힌 남자… 영화 속에 갇힌 관객


한 남자가 관 속에 갇혔다. 왜 갇혔는지, 그곳이 어디인지는 알지 못한다. 관 속에는 라이터와 휴대폰, 그리고 약간의 술만 있을 뿐이다. 라이터를 계속 켜면 산소가 부족해지고 휴대폰은 배터리가 제한돼 있다. 누구에게 전화를 걸고 어떻게 빠져나갈 것인가? 영화 '베리드(buried)'는 단 한 명의 등장인물이 같은 장소에서 한 가지 이야기로 90분을 이끌어가는 독특한 작품이다. 카메라는 땅 위로 올라가지 않고 관 밖의 상황도 알려주지 않는다. 관객 역시 주인공이 아는 만큼만 알고 주인공이 보는 만큼만 본다. 이 때문에 상영시간 동안 극장은 주인공과 함께 갇힌 커다란 관이 돼 버린다. 독창적인 작품을 이끄는 건 하나의 아이디어다. 이라크에서 근무하는 미국인 트럭운전사가 갑자기 습격을 받고 몸값을 얻어내지 않으면 죽게 된다는 내용은 새롭지 않지만 그 이야기를 관 속에서만 진행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그에게 감정이입을 하도록 한다는 점이 영화를 독특하게 만들었다. 관 속에 갇힌 남자는 처음엔 관을 두드리고 발버둥치다 이어 집, 구조대, 회사, FBI, 국방부에까지 전화를 건다. 한 없이 전화를 다른 부서로 돌리는 공무원이나 "테러리스트와 협상할 수 없기 때문에 몸값은 줄 수 없다"는 구조대, 책임을 회피하려는 회사 간부 등 급박한 상황을 더욱 절망스럽게 만드는 주변 인물들을 통해 무기력하기만한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 그려진다. 영화는 스페인 출신 감독 로드리고 코르테스가 연출하고 할리우드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가 주연을 맡았으며 프랑스 제작사가 제작한 스페인, 미국, 프랑스의 합작품이다. 코르테스 감독은 7개의 관을 제작해 17일만에 촬영을 마쳤다. 300만 달러(약 34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은 2010년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돼 화제를 모으며 45개국에 판매됐다. 관람 후 '답답함'을 호소하는 관객도 많을 듯하다. 장면 전환 없이 폐쇄된 공간에서 하나의 이야기만 밀고 나가는 이 영화는 '감상'이 아니라 '체험'에 가깝기 때문이다. 12월 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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