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도입 논의가 한창이다. 기획재정부에 의하면 8월 말 현재 316개 공공기관 중 96개 기관이 도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 공사도 그중 하나이다. 물론 합의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노사 쌍방이 조금씩 양보한 결과이다. 내용상으로 보면 우리 공사도 평균 임금지급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년 60세 기준 3년 전부터 적용하되 3년간 총 55%를 감액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임금 절감분으로 우선 내년에 신입직원 6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예년의 2배 규모이다.
이제부터는 제도의 구체적인 설계에 착수해야 한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직원은 현직에서 벗어나 별도직군으로 분리해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어느 시점부터 별도직군으로 분류할 것인가와 그 별도직군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이다. 일부 젊은 층에서는 간부직원의 경우 임금피크제 적용과 동시에 별도직군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승진 적체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3년 전부터 업무 라인에서 배제한다면 30년 이상의 경험과 지식을 너무 빨리 사장시키는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1년 전부터 적용할 경우는 보수와 책무 간 균형이 깨진다. 임금피크 적용이 임박한 층에서는 비록 임금은 줄더라도 보직을 유지하면서 정년까지 일을 계속하기를 원한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대략 2년 전부터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별도직군 신설도 만만찮은 일이다. 30년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살리고 조직에도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인사 관리상 또 하나의 난제이다. 우리 공사의 경우 위조방지기술의 중소기업 전수, 기술단절방지를 위한 기록화 작업, 화폐문화해설사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교훈을 얻고자 한다면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고사성어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한비자'에 나오는 말로 '늙은 말의 지혜'라는 뜻이다. 하찮은 사람도 누구나 나름의 장기를 가지고 있다는 비유로 해석된다. 춘추시대 제(齊)나라 환공 때의 일이다. 환공이 군대를 이끌고 고죽국을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눈이 쌓여 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전군이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명재상 관중이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놓았다. 늙은 말은 비록 달리는 힘은 없지만 본능적으로 길을 찾아냈다. 환공과 군사들은 그 뒤를 따라가며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다.
한 직장에서 30년 이상을 일하다 보면 남다른 지혜를 쌓았을 것이다. 게다가 50대 후반은 아직 원기 왕성한 나이이다. 의욕도 젊은 직원 못지않다. 청년 일자리 창출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면서 경험 많은 직원들의 지혜도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임금피크제가 또 다른 불화 요인이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