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환위기 그후 10년] 전문가들이 내다본 한국경제좌표

"앞으로 10년 성장동력 확보가 관건"


“앞으로의 10년은 양적ㆍ질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생산성 증대와 혁신산업 육성, 본격적인 시장 개방을 통해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저성장에 빠진 우리 경제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것을 한국 경제의 중장기 과제로 꼽았다. 국내 경제전문가 7명은 외환위기 발생 만 10년을 맞이하는 20일 향후 10년 한국 경제의 좌표를 이같이 제시했다. 이들은 앞으로 외환위기와 같은 심각한 국제금융시장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내다봤지만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같은 채권 부실화, 고급 인력 부족 등의 위협 요인에 대해서는 경고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양적ㆍ질적인 성장세 회복이 관건=앞으로의 10년을 내다본 경제 전문가들의 첫마디는 대부분 ‘성장’이다. 하지만 4%대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5%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성장률 자체보다는 새로운 경제 구조하에서의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지난 10년간의 투자 부진으로 떨어진 성장 동력을 어떻게 살릴지가 중요하다”며 “특히 저출산ㆍ고령화로 오는 2017년 이후 15~64세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기 전에 생산성 향상과 인력 활용방안을 마련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도 “앞으로의 10년은 지난 ‘잃어버린 10년’을 만회하기 위해 성장률을 6%대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며 “특히 30만명에 달하는 청년실업자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위축된 잠재성장률에 만족하지 말고 의욕적으로 성장속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과거와 같은 양적 성장 ‘불가론’도 제기됐다. 윤우진 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소득 2만달러 경제임을 감안할 때 기조적인 고성장 시기는 지났다고 판단된다”며 “성장률 자체보다는 질적인 성장에 좌표를 맞춰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개발부장은 “앞으로 투자증가율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운 만큼 생산성에 맞춰 기술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며 “더 이상 빠른 성장이 어려운 만큼 경쟁촉진 정책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방 확대 앞두고 새 주력산업 육성해야=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와 함께 대외적으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필두로 한 개방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러면서 시급한 과제로 대두된 것은 앞으로의 우리 경제를 끌고 갈 새로운 주력산업 육성과 기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다. 김경수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장은 “국제경쟁 체제에서 제조업은 시장규율을 적용받는 만큼 성장 여부가 기업의 몫으로 남게 됐다”며 “상대적으로 규제가 많았던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 확보와 규제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우리 경제의 최대 과제인 양질의 고용 창출을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 발전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본부장은 “대외적으로는 FTA 등 시장개방을 통해 국제 분업구조에서 최상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진국과 중국ㆍ인도 등의 사이에서 세계적 산업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보기술(IT) 등 기존 주력사업의 고부가가치화와 함께 서비스ㆍ지식산업 등 대체 신규 산업을 찾아서 제조업과 접목되는 2.5차 산업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우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어려움을 겪는 것도 결국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한국 경제 전체로도 서비스업 발전과 고부가가치화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지금과 같은 사고방식, 산업구조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형태의 위기 발생할 수도=전문가들은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등에도 불구하고 10년 전 외환위기와 같은 국제 금융시장의 위기 재발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그보다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성장 활력 둔화와 인력난과 양질의 고용시장 정체, 심리적 위축감, 정부의 역량 부족 등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들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다만 차이나 리스크, 주택금융시장 불안, 펀드 부실화 등 새로운 형태의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고 부장은 “앞으로 우리 경제사회에 가장 큰 부담이 될 요인은 정치권을 포함한 정부의 핵심 정책능력과 관행의 후진성”이라며 “정책이 충분한 토론과 사회적 합의를 거쳐 입안되는 선진국 시스템과 달리 정책 입안부터 시행까지 일련의 과정이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최대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전문가들은 성장 정체에 대한 위기의식이 유독 강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외환위기 같은 위기 가능성은 작지만 세계 경제 침체로 자체 성장활력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위협요인”이라고 강조했다. 홍 상무도 “인적 자원을 토대로 성장해온 우리 경제에서 너무 빠른 고령화 추세가 무엇보다 큰 위기”라고 강조했다. 금융시장 자체도 위기 안전지대는 아니다. 김 원장은 “자본시장이 커짐에 따라 은행 대출이 아니라 채권이 부실화되는 새로운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개별 금융기관은 위기관리 능력을 갖췄지만 전체 시장 차원에서는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형태의 위기상황이 국내에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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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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