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14일] 반성해야 할 '불공정 영화 홍보'

지난주 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할리우드 영화 '나니아 연대기:새벽출정호의 항해'는 개봉도 하기 전에 이미 7만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웬만한 국내 독립영화 총 관객 수를 넘는 수치다. '나니아…'가 이 같은 '진기록'을 세운 비결은 '유료 시사회' 덕분이다. 시사회는 본래 영화 개봉 이전에 관객 반응을 살펴보기 위한 영화사의 필요에 의해 생겨났기 때문에 당연히 무료이고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도 관객 수가 집계되지 않는 게 관례였다. 이에 비해 유료 시사회는 관객이 개봉일 이전에 돈을 내고 영화를 보기 때문에 관객 수가 집계된다. 따라서 영화사로서는 유료 관객을 미리 확보해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를 높일 수 있다. 영화사 측은 "미리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을 위해 서비스 차원에서 실시했다"고 설명했지만 관객들이 영화를 예매할 때 박스오피스 순위를 참고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료 시사회는 박스오피스 순위도 올리고 입소문 효과도 낼 수 있는 훌륭한 홍보수단인 셈이다. 지난달 개봉한 '초능력자'와 '소셜 네트워크'도 유료 시사회로 각각 2만명과 1만명을 모으는 등 최근 영화계에서는 유료 시사회가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유료 시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다. 정현창 영화진흥위원회 연구원은 "유료시사회로 관객을 모은 영화는 제대로 개봉한 영화들과 다른 기준에서 티켓 수가 집계된다는 점에서 불공정한 것이 사실"이라며 "영화계가 이에 대해 합의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료시사회를 통한 관객 모으기는 엄연한 '편법'이라는 뜻이다. 유료시사회뿐 아니라 요즘 영화계는 개봉일을 은근슬쩍 하루 앞당기는가 하면 포털 사이트의 평점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는 등 홍보 과열 경쟁으로 얼룩져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모두 '홍보 과열'로 빚어진 결과다. 한 영화 관계자는 "과도한 영화계 홍보가 공정 경쟁의 물을 흐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과당 경쟁이 관객들의 영화계 불신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기 전에 신뢰를 갉아먹는 '불공정 홍보'를 반성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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