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남북협력기금 특감 검토
감사원, 현대 대북사업 자금유용 본격조사 움직임전문가들 "현대 '포스트 金' 극복 새채널 구축 필요"
김홍길 기자 what@sed.co.kr
김병기 기자 bkkim@sed.co.kr
정부가 대북사업과 관련된 현대그룹의 자금유용 등 각종 비리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감사원은 통일부와 남북협력기금에 대한 특감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감사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30일 "지금까지 감사원은 본격 감사 여부에 앞서 통일부와 남북협력기금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왔다"며 "현재 본격적인 특별감사 여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일부에서 김윤규 현대그룹 부회장이 수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남북협력기금을 유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정부로서도 더 이상 민간 부문의 일로 놔두기에는 사태가 커졌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남북협력기금이 금강산사업과 관련을 맺고 있지만 한국관광공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김 부회장 권한 밖의 일"이라며 "남북협력기금에 손을 댔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비리문제가 불거지면서 현대로서는 기존의 남북거래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관계 정립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룹 주변에서는 "확실한 비리가 만천하에 드러난 마당에 북측도 김 부회장과의 인연에 연연해하기가 쉽지 않다"며 "최고의 대북 라인이라는 김 부회장의 상징성이 퇴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제 현대 입장에서도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며 "양측의 투명한 거래관계나 공정한 관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로 인해 김윤규 부회장과의 결별이 기정사실로 굳어진 만큼 '포스트 김'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현대측에 안겨진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한편 현대그룹은 이날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 비리 문제에 대한 현대그룹 입장'이라는 보도자료에서 "내부 경영감사 결과 김 부회장이 8억2,000만원의 비자금 조성 등을 포함해 회사공금을 유용한 것은 약 11억2,000만원 정도"라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이 가운데 7억원은 금강산 지역 공사비를 부풀려 허위 기재했고 나머지 1억2,000만원은 현대아산 협력업체에 용역비를 과다 지급했다가 돌려받는 방식으로 조성했으며 회사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명목으로 약 3억원 정도를 유용하는가 하면 전문경영인으로서 취하지 말았어야 할 부적절한 행동도 적발됐다고 현대그룹측은 덧붙였다.
입력시간 : 2005/09/30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