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42살 주부 "봉급빼고 다 올랐어요"

42살 주부 "봉급빼고 다 올랐어요" 車팔고 적금도 해약, 외식커녕 장보기 겁나 새해들어 가계부를 정리하던 주부 한모(42 서울 가양동 31평형 아파트 거주)씨는 가슴이 답답해 졌다. 치솟는 물가로 늘어나는 생활비를 감당할 방도가 막막해서다. 초등 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 등 네식구 생활비중에 적금과 주택자금 상환비용, 융자금 이자를 제외한 가장 기본적인 10여가지만 따져봐도 지난해 9월 110만원 정도면 됐던 지출이 이달에는 130만원을 쥐어도 모자랄 지경이 아닌가. 3달새 자그마치 18%나 늘어난 셈이다. 한씨는 "그 동안에도 한달 생활비 130만원으로 남편용돈 학원비 수업료 옷값에다 생활비를 충당하려면 정말 빠듯했다"면서 "남편 수입이 이달부터 10% 정도 줄어들 것을 감안하면 우리집 체감물가는 30% 이상 오른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남편의 월수입은 218만원. 그나마 자신이 부업으로 월 20만원의 수입을 올려 부식비를 해결하고 매달 40만원씩 저축을 해왔다. 그나마 지난 10월에는 13만원씩 붓던 적금 하나를 해약했다. 또 이달부터 오르는 공공요금과 190만원대로 줄어드는 남편수입을 감안해 대대적인 가계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가장 부담이 늘어난 1,800㏄자동차를 처분할 계획이다. 남편이 경기도 일산의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기 때문에 승용차로 출퇴근하고 있지만 이젠 차를 팔지 않으면 안될 형편이다. 한번에 60ℓ씩 한달에 4~5번 기름을 넣는데 지난해 9월에는 24만원 정도면 되던 기름값 부담이 지난 연말에는 30만원에 육박했었다. 그나마 이달에는 유가가 조금 내렸지만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남편도 일산까지 가려면 버스를 2번 갈아타야 하지만 어려운 가계형편을 감안해 마지못해 동의한 상태다. 다만 남편용돈은 연초에 오른 담뱃값과 대중교통비용을 감안해 그대로 두기로 했다. 한씨는 "고생하는 남편에게 너무 미안하지만 가계를 꾸릴려면 어쩔 수 없다"면서 "경기가 다시 좋아져 더 좋은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침울하게 말했다. 그러나 아파트관리비와 난방비, 부식비, 의료비 등의 지출증가는 어쩔 수 없다. 지난해 11월에는 14만원이던 아파트 관리비가 12월 15만4,000원으로 올랐고, 관리비와 별도인 난방비로 15만원 이상이 들어 이달엔 30만원은 내야 할 판이다. 특히 의료비의 경우 초등학교에 다니는 작은 아이가 눈에 이상이 생겨 매주 안과에서 정기검진을 받고 있는데 의료파동이후 진료비가 대폭 올라 매번 1만여원 이상씩 들어가고 있다. 생필품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가족들이 즐겨 먹는 고등어는 11월에 중품 한마리가 2,000원 정도였는데 요즘은 3,000원은 줘야 하고, 가끔 보신용으로 애용하던 닭도 중닭 한마리 2,200원에서 3,200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 동안 상대적으로 안정됐던 쇠고기값도 최근 설을 앞두고 다시 들먹거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그나마 위안은 쌀값이 별로 안 올랐고 옷값이 안정됐다는 점이다. 한씨는 "외식은 아예 포기했고 시장가는 것도 줄이고 있지만 정말 힘들다"면서 "IMF이후 다시 닥쳐온 불황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최석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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