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할인점 가격경쟁 ‘추태 전쟁’

`최저가격 기획전`, `에누리 5% 대박찬스`, `최저가격 大잔치`, `가격파괴, 봄 인기상품 초특가전…` 가격 인하가 할인업계 화두로 부상하면서 할인점간의 경쟁이 정상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 할인 품목 수와 인하 폭을 둘러싼 과당 경쟁이 소송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 하면 일부 품목의 할인을 마치 전 품목 할인인 것 처럼 과대 포장해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일도 잦다. 최근 한 할인점은 이례적으로 소비자와의 유일한 가격 정보 통로인 전단지에 자사 가격이 가장 싸다는 내용의 모 경제신문 기사를 전면에 인쇄해 배포했다. 이에 대해 경쟁사들은 불공정 행위라며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포함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다른 경쟁사도 “우리도 자체 조사한 가격 비교표를 언론사에 제보한 뒤 전단에 싣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격 정보 확보전도 치열해져 각 할인점들은 최근 경쟁사의 행사 가격을 알아내기 위한 전담 팀을 대폭 강화했다. 일부 할인점은 경쟁사 전단지가 나오면 자사 제품과 가격 비교를 한 뒤 할인 폭을 수정하고 있다. 대다수 할인점들은 자사의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기 위해 최저가격 신고제나 보상제를 실시하고 있다. 경쟁사 제품이 싸다면 언제든 보상해 주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러나 겉 모습과 달리 할인점들은 같은 상품의 무게나 개수를 변형하거나, 다른 제품을 끼워 파는 편법을 동원해 가격 비교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이중적 행태를 취하고 있다. 가령 일반 수퍼에서 2,000원 안팎에 판매되고 1.5리터 페트병 오렌지 주스의 경우 이마트는 밀키스(1.5리터) 1병을 묶어 2,890원, 홈플러스는 오렌지 주스 한 병을 더 주고 2,780원, 롯데마트는 2% 음료수 한 병(1.5리터)을 덤으로 주고 2,510원, 그랜드마트는 초록매실(1.5리터) 한 병을 끼어서 2,4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가격 비교가 무의미해 질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보통 할인점에서 취급하는 상품은 약 4만개에서 4만5,000개 품목에 달하지만 할인점들은 1%도 안 되는 200~300개의 `미끼성` 상품에만 할인율을 적용하면서 마치 전 상품에 실시하는 것처럼 과대 포장하는 일도 비일비재 하다. 할인점의 한 관계자는 “손해를 최소화 하면서 경쟁사보다 외형적으로 무조건 싸게 보이려는 눈치 경쟁이 전에 없이 치열하다”며 “가격 인하가 힘든 공산품은 가격 비교를 못하게 상품을 짜깁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 놓았다. 소비자단체들은 “할인점 업계가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신뢰 경영이 전제돼야 한다”며 “단기간의 이익을 위해 양질의 상품을 합리적 가격에 구입하려는 소비자의 권리를 방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영웅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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