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가 정확히 1년 남았다. 신문만큼 우리에게 가깝고 쉽게 접할 수 있는 TV의 정치적 속성이 부활하게 뻔하다.
국민의 지적 수준 향상과 정치에 대한 관심도 증가로 인해 매체중 TV를 통해 정치관련 정보를 습득하는 현상의 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선거방송과 관련해 노골적인 왜곡, 편파보도만 없으면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선거때만 되면 이런 현상이 되풀이 돼 국민들의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 현직 방송인이 최근 TV의 선거방송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세련되게 왜곡돼 전달되고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방송 장악 정권 홍보 개탄
올 6월 강동순 방송위원이 출간한 ‘KBS와 권력’이라는 책에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한 역대 대통령들이 정부가 100% 출자한 KBS을 어떻게 악용해 왔는지 구체적 사례들이 적시돼있다. 물론 현직 감사가 어떻게 조직 내부얘기를 들춰낼 수 있느냐는 비난만 없으면 KBS 내부의 은밀한 부분을 많이 엿볼 수 있는 ‘기회’다.
그러고도 뭔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KBS는 급기야 “국민의 눈과 귀를 바로 잡을수 있는 드라마 편성에 착안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국민의 심금을 울리며 정부 시책을 하달할 수 있는 게 바로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아무런 파괴의 흔적을 남기지 않은 채 인명을 살상하는 ‘중성자탄’ 같은 이런 식의 TV의 ‘정치 활동’은 아직도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강 감사는 고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4일 노 대통령은 정연주 전 KBS사장을 다시 KBS 사장에 임명했다. 당연히 방송계와 정치권은 물론 네티즌까지 나서 비판했다. 오죽했으면 KBS 노조는 오늘은 노무현 정권이 사망 선고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는 권력을 잡은 순간부터 권력을 독점적으로 향유하고자 한 전임 권력자들의 전철을 밟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재임명된 정 사장은 출근이 봉쇄당해 사장으로서의 직무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정연주씨에게 KBS를 맡겨놓으면 그가 알아서 우매한 국민의 표를 긁어올 수 있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비난했다. 이는 권력자들이 자주 애용하고 있는 바보상자 TV놀음에 국민들이 식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KBS만 그랬을까. 정부통제아래 있는 방송문화진흥회가 70%, 정수장학회가 30%씩 지분을 갖고 있는 MBC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통령 선거가 임박했음은 최근 방송계 인사가 시끄럽게 전개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KBS나 EBS사장 인사 등을 둘러싼 잡음이 그랬고, 앞서 방송정책 주무기관인 방송위원회 위원 선임을 놓고도 그랬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통합해 ‘방송통신(융합)위원회’를 만들겠다는 시도도 쟁점이 돼 가고 있다. 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만큼 지켜야 된다는 게 여권논리로 보여지고 있다. 하지만 매우 민감한 일을 임기 막바지에 추진하느냐는 야당쪽 주장도 그냥 흘려 들어서는 안된다.
우리사회가 방송계 인사나 조직문제를 놓고 매 시기마다 반복적으로 벌이는 논쟁이나 첨예한 이해대립은 TV가 우리국민의 정치판단에 핵심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
국민들 엄정한 심판 내려야
권력은 목마른 사람에게 바닷물 같다는 얘기가 있다. 바닷물을 마시면 당장 해갈이 되는 듯하지만 오히려 더 타는 듯한 갈증을 느끼게 된다. 정권창출이 최대 목표인 정치인들에게 지배구조의 한계가 큰 TV는 거대한 홍보도구로써 큰 매력일 수 있다.
하지만 TV를 장악한 쪽에서 TV를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갖는 순간 TV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민들을 기만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1년 남은 대통령선거를 놓고 벌써부터 왈가왈부하는 것은 TV를 경멸의 대상으로 대접하기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하기 때문이다. 세월이 반나절이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제 이같이 유치한 TV놀음에 더 이상 우리 국민들이 놀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방송을 장악한 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국민들은 어느 당이 아닌 어떤 후보가 우리의 ‘참살이’를 내실화시켜줄 수 있는 지 냉정하게 판단해 투표해야 한다. 그러면 더 이상 TV 놀음과 같은 작태가 벌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