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업계

[월세 전환, 브레이크가 없다] 이사철 앞두고 전세 품귀… 잠실주공 5단지 전월세중 60%가 월세

재계약 다가온 전세, 속속 보증부월세 전환

강남 재건축 이주 수요 몰려 전월세난 심화

2분기 주거비 지출 사상최고… 서민 부담 커져


# 가을 이사철이 다가온 가운데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76㎡(전용면적)의 경우 전세가가 3억7,000만~4억7,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월세인 경우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가 130만~140만원이다. 이런 가운데 하반기 들면서 월세 매물이 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월세와 전세 매물 비중이 6대4 정도"라며 "인근 단지는 월세 매물 비중이 이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 동작구 상도동 84㎡ 아파트에 3억2,000만원으로 전세를 살던 Y씨는 다음달 재계약을 앞두고 전세보증금을 3,000만원 올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갑자기 집주인이 보증금은 그대로 하고 월세 50만원을 추가로 내라는 요구를 한 것이다. Y씨는 집주인과 상의해 월세 전환을 가까스로 막았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위의 사례에서 보듯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징후가 현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14·2015년 7월 지역별 전월세 실거래 데이터(계약일 기준)는 현재 임대차 시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주택 월세 거래 비중은 41.5%다. 지난해 7월의 36.5%에 비해 1년 새 5%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이상 상승한 지역도 크게 늘어나는 등 전세의 월세 전환은 더욱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약 전세 매물 보증부 월세로 속속 전환=현재 주택시장에서 전셋집 구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매물 자체가 거의 없다. 게다가 집주인들이 재계약 기간이 돌아온 전세를 반전세(보증부 월세)로 속속 전환하는 추세다.

서울 잠원동의 잠원한신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재계약 기간이 도래한 전세 물량의 절반 이상을 반전세로 돌리고 있다"며 "특히 전세보증금을 받아도 마땅히 쓸 곳이 없는 임대인의 경우 오른 전세금만큼을 월세로 받는 반전세 계약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강동구 길동의 삼성공인 관계자도 "최근 들어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 상환 능력이 안되는 사람들만 전세를 유지하고 나머지는 무조건 월세로 돌려 현금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며 "따라서 전세 공급이 더욱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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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의 에덴공인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1.5%인 상황에서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 적어도 연 4%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월세 전환이 늘고 있다"며 "임대인은 많은 월세를 원하는 반면 임차인은 꺼리다 보니 대부분 보증부 월세 형태로 계약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 재건축 이주로 전월세난 심화 전망=문제는 하반기 들수록 전세 품귀와 월세 전환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서울 지역의 경우 가을 이사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운데 서울 강남권 재건축 이주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서다.

반면 서울 지역 입주물량은 예년보다 크게 부족해 세입자들의 고민이 깊다. 국토부에 따르면 오는 9~11월 서울 지역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4,769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3%나 줄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자녀 교육 문제 등 살던 지역을 떠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 어쩔 수 없이 월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서울뿐만이 아니다. 경기도의 경우 최근 3개월(5~7월)간 거래된 아파트 2만5,846건 중 월세 물량은 8,918건으로 34.5%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월세 비중은 29%에 불과했다.

지방의 경우 새로 공급된 주택이 적다 보디 세입자들이 월세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울산과 경남 등 동남권 지역의 경우 월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월세 전환으로 주거비 부담 가중=월세 전환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올해 말이면 월세 거래 비중이 전국 평균 50%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전문위원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우리나라의 금리가 예전처럼 4~5%대로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개인 입장에서 전세보증금을 굴릴 곳은 계속 줄어들 것"이라며 "따라서 점차 반전세에서 순수 월세로 방향이 바뀌고 보증금은 1년치 월세를 미리 받아두는 수준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월세 비중이 높아질수록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실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통계청이 집계한 올 2·4분기 가계 실제 주거비 지출은 월평균 7만3,900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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