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빚덩어리 공공기관이 도떼기시장인가

정부ㆍ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정부 산하 295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290조원에서 지난해 493조원으로 70% 불어났고 평균 부채비율은 207%를 넘어섰다. 388개 지방공기업(직영 251개, 공사ㆍ공단 137개) 부채도 2008년 48조원에서 2011년 69조원으로 45% 늘어났다.


하지만 사정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방만한 사업확장과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 억제 때문이다. 불어나는 것은 빚만이 아니다. 지속된 영업손실로 인해 자력으로는 이자도 못 갚는 공기업이 적지 않지만 지난해 공공기관 정원과 임금은 전년보다 3% 안팎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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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적인 인력운용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우선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에 맞춰 2015년까지 상시ㆍ지속적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4만3,000명이 넘는 비정규직을 모두 전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원이 25만여명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부담요인이다. 국회가 지난달 말 통과시킨 60세 정년 의무화법(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과 청년고용촉진법도 마찬가지다. 공공기관과 지방공사ㆍ공단은 300인 이상 민간기업과 함께 2016년부터 60세 정년 의무적용 대상이 된다.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은 내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청년 미취업자를 전체 정원의 3% 이상 고용해야 하는 의무도 진다. 청년 미취업자를 수년간 정원의 3% 이상 뽑는 것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정년연장까지 감안하면 그리 녹록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의 사업ㆍ정원ㆍ임금과 빚이 커져만 가는데 정부가 이를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률 70% 달성과 고용안정이라는 공약이행에 집착하다 보니 국가부채 폭증을 자초할 부실과 거품은 커져만 간다. 딜레마에 빠진 한국 경제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다. 공공기관ㆍ부채 구조조정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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