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올해 세제개편 방향을 증세로 잡았다. 당장 6∙2 지방자치단체선거 공약으로 발표한 저소득층 자녀 무상급식 지원 등에 대한 재원 뒷받침이 필요한데다 지난 2년간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바닥을 드러낸 나라 살림을 채우기 위해서다. 26일 정부와 한나라당에 따르면 최근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만나 '올해 세제개편은 증세 기조로 간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이를 위해 감면 목적이 달성된 비과세∙감면제도를 대폭 폐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증세원칙, 일몰 비과세 감면 대폭 축소=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일몰(연말까지만 한시적으로 시행)이 도래하는 비과세∙감면제도는 50여개에 달하다. 8년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면제와 금지금(순도 99.5% 금괴)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등의 굵직한 비과세∙감면을 비롯해 일시적으로 도입된 기업구조조정촉진세제와 임시투자세액공제 등이 일몰로 연말에 종료된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50여개 항목 중 20여개를 폐지하면 최소 2조 이상의 재원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중 임시투자세액공제와 8년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면제는 각각 1조9,800억원, 8,700억원에 달해 이들의 폐지 여부에 따라 정비 대상 숫자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비과세∙감면 항목 우선 폐지 기준은 ▦감면 목적 달성 여부 ▦실효성 여부 ▦지원실적 현황 ▦추가 지원 타당성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부와 한나라당은 일몰 규정과 상관없이 중소 서민층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거나 지방 및 영세 중소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제도는 현행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국회에서 최근 택시 LPG 유류세 면세와 지방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양도세 감면 등의 일몰을 연장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6∙2 지방선거 이후 증세 정책에 대한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선거 이후 올해 일몰되는 50여개 비과세∙감면 항목에 대한 실효성 검토에 들어가고 오는 9월 정기국회쯤 세법 개정안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주세∙담배 소비세 인상 등 재원 확보 시동=정부는 내부적으로 지출(재정사업)을 줄이거나 축소하기보다 비과세∙감면제도 개편을 통한 증세에 나선다는 방침을 굳혔다. 재정부는 세수확보를 위한 첫 카드로 주세와 담배 소비세 인상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주세의 경우 막걸리 열풍을 계기로 탁주의 새로운 주종을 만들어 세율을 정비하겠다는 속내다. 현행 세율은 탁주 5%, 약주와 청주가 30%다. 새로운 종류의 탁주를 만들어 현행의 5% 세율보다 높게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담배 소비세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인상 등의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지난해 대통령에게 업무추진계획으로 보고한 종합부동세를 폐지해 재산세로 통합하는 방안을 11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제 합리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처럼 정부가 세수확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건전성 확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총 국세의 27%를 차지하는 관세수입이 1998년 외환위기 위기 이후 12년 만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국세인 관세 일부가 지방세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올해 세수목표가 46조7,337억원으로 지난해 세입예산 50조870억원보다 6.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지난 2년간 과다하게 비과세 감면 혜택을 줘 연속 국세감면 법정한도(3년 평균 국세율+0.5%)를 초과하며 국가재정법을 위반한 것도 한몫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올해는 반드시 국세감면 법정한도를 지키겠다고 국회에 보고한 만큼 비과세∙감세제도 축소에 어느 때보다 강력한 메스를 들이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