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이 내부 경영감사에서 밝혀진 김 부회장의 비리 내용을 놓고 큰 시각차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2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 회장은 7월 25억여원의 공금유용과 `부적절한 처신'등의 내용이 담긴 감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 김 부회장의 대표이사직 박탈을 직접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회장은 특히 공금유용 부분보다는 구체적으로 밝히기 곤란한 그의 처신에 더욱 분노했다고 현대그룹 고위관계자는 밝혔다.
이 고위 관계자는 "현 회장이 감사 결과 드러난 김 부회장의 `부적절한 처신'에대해 심한 분노를 느꼈던 것 같다"면서 "만약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이었으면 사안을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랐을 수도 있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 부회장은 자신에 대한 대표이사직 박탈을 결의한 현대아산 이사회 직전사직서와 함께 제출한 장문의 편지를 통해 `큰일을 하는 과정에서 일부 사소한 실수를 저지른 것 같다'는 논리로 자신의 입장을 강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회장은 편지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한다는 역사적 사명과 충심을 가지고 대북사업에 일생을 바쳤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사소한 실수를 저질렀을 수도있지만 지엽적인 문제'라며 자신의 정당성을 강변했다고 현대측은 전했다.
김 부회장은 감사를 주도한 최용묵 경영전략팀 사장으로부터 감사보고서 내용을보고 해명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서도 `내가 큰일을 하는 과정에서 작은 실수를 저지른 모양인데 내용은 보고 싶지도 않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감사결과 드러난 김 부회장의 비리 내용을 놓고 현 회장과당사자인 김 부회장이 큰 시각차를 보였던 것은 사실"이라며 "정주영.몽헌 회장 시절이었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김 부회장이 인정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