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해외출장 중에 중동의 김모 대사와 저녁을 했다. 김 대사는 요즘 신이 난다. 30년 외교관 생활 중에 요즘처럼 한국을 알아주는 때가 없다. 얼마 전만 해도 삼성ㆍ현대 등 대기업 브랜드가 코리아 브랜드를 앞질렀는데 요즘은 코리아 브랜드가 대기업 브랜드를 추월해서 중소기업이라도 코리아란 이름 아래 해외 진출이 가능하게 됐다. 대사 모임에 가면 한국이 단기간에 그렇게 성장한 비결에 대해 묻는 외국 대사들에게 답변하느라 바쁘다. 한국인의 근면성이나 성실성ㆍ창의성 등이 원인이라는 답변을 하곤 하지만 한마디로 딱 부러지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고민 중이다. 나는 여기에 대해 한마디로 조언을 했다. 그것은 ‘아줌마의 힘’ 때문이라고.
우리나라 여자들이 어떤 여자들인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로 모두가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맨발로 물속에 뛰어들어 건져 올린 박세리의 US오픈 우승 트로피는 우리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됐던가. 여자 양궁 단체에서 올림픽 7연패의 혁혁한 성과는, 여자 핸드볼 선수의 눈물 어린 8회 연속 올림픽 4강 소식은 또한 우리를 얼마나 기쁘게 했는가. 뿐만 아니라 대학교 수석졸업은 당연히 여학생 몫이고 심지어는 육해공군 사관학교에서도 여생도가 수석이다. 이러한 출중한 자질을 지닌 우리 여성들이 산전수전 겪은 후 생활의 달인이 돼서 등극하는 자리가 ‘대한민국 아줌마’란 곳이니 얼마나 대단한 자리인가.
그런 아줌마들이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우리나라는 자원도 자본도 충분치 못하고 오직 우수 인력 하나로 지금과 같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런 우수한 인재를 길러낸 것이 누구인가. 그것은 국가도, 선생님도, 아버지도 아니다. 오로지 자기희생을 무릅쓰고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워낸 우리 아줌마들이다. 좋은 학교를 배정받기 위해서 맹모삼천(孟母三遷)은 기본이고 파출부를 해서라도 자식 과외를 시킬 뿐 아니라, 영어공부를 위해서는 이산가족의 고충도 아랑곳없이 자식 손을 잡고 영어권 국가를 향해 과감하게 출진하는 우리 아줌마들이다. 출근하는 남편 와이셔츠보다 학교 가는 자식의 바지를 먼저 다림질하는 아줌마들이기도 하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는 예전과 같은데, 달라진 것은 예전에는 군사부가 일체로 같이 존경받았는데 요즘은 군사부가 일체로 같이 평가절하됐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자리를 아줌마가 차지하고 있다. 우리 나라를 각국 대사들이 그 비결을 궁금해할 정도로까지 급속하게 발전시키는 데 원동력이 된 ‘아줌마 만세’다. 아줌마들의 패기 어린 영도하에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우리 모두 배전의 노력을 경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