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기업 의욕 북돋워주자

안재욱 <경희대 교수·경제학>

기업은 사회의 부를 창출하는 원천으로서 자본주의의 꽃이다. 토양의 질, 온도, 밤낮의 길이 등 주위의 환경에 따라 꽃이 달리 피듯이 기업 역시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하고 투자하고 부를 존중하고 인정하며 위험을 무릅쓴 기업가의 모험과 창의성을 칭송하는 사회에서 기업은 확장되고 사회는 번영과 풍요를 누린다. 반대로 사람들의 행동거지를 감시하고 제한하며 과다한 규제로 기업의 투자를 막고 부와 기업에 대한 시기심이 만연하고 기업가를 이윤만 좇는 탐욕스런 존재로 매도하는 사회에서 기업은 위축되고 사회는 쇠퇴하며 빈곤해진다. X파일 사건 기업책임만 물어 최근 X파일 사건으로 진행돼가는 일련의 사회 분위기는 매우 위험스럽다. 이번 사건은 국가정보기관에서 불법 수집한 자료가 불법적으로 유출됨으로써 비롯된 사건이다. 따라서 사건의 처리도 이 부분에 중점을 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도청 내용 공개와 그와 관련된 기업의 처벌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와 언론은 기업의 불법성과 정경유착을 강조하며 재벌개혁을 요구하고 있으며 검찰은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해 관련기업의 임직원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정치권은 X파일 공개를 위한 특별법을 추진하고 국정감사 때 관련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내세우려 하고 있다. 특히 경제가 어렵고 대외신인도도 고려해야 하는데 국가에 중요한 기업의 그룹 회장 등 주요 인물에 대한 집중적 증인 신청은 문제가 있다. 더구나 재판 중이거나 수사 중인 건, 재판확정 건은 국감증인으로 내세울 수 없는 것이 관례이다. 어떤 기업이든 법적인 잘못이 있으면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부기관의 범법행위로 보아야 한다. 과거 개발기에 보여졌던 정경유착의 궁극적인 책임도 정치권에 있다. 기업에 일단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괘씸죄에 걸리면 기업을 망하게 할 수 있는 우리의 정치제도하에서 정치권과의 유착관계를 갖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모든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 이것은 온당치 못하다. 현재 불법도청과 관련한 일련의 진행들은 법치주의와 우리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들이다. 이것은 우리의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국익을 크게 훼손시킬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장기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지난해 한국경제가 동아시아 국가 중 최하위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와 내년에도 역시 그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5년 2ㆍ4분기 국민소득’에 따르면 국민소득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국민소득(GNI) 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0%다. 또한 실업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한 사람들이 날로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기업의 투자증가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지난 2003년 2.3% 감소한 후 3년째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KDI가 전망한 우리나라 기업의 올 설비투자 증가율은 6.3%에 불과하다. 일본기업들의 올 설비투자 증가율은 국내기업들의 두 배나 된다. 투자 활성화하도록 감싸줘야 일본뿐만 아니다. 중국은 2003년 이후 2년 연속 20% 이상 증가했고 올 상반기에도 25% 늘었다. 미국도 지난해 10.56% 늘어난 데 이어 올해도 8%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X파일을 들먹이며 반기업정서를 심화시키고 또 그것을 활용해 기업의 규제를 강화하고 기업을 때릴 때가 아니다. 기업을 감싸주고 의욕을 북돋워줘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할 때이며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을 키워야 할 때다. ‘자본주의의 꽃’을 화려하게 피게 해 우리나라를 ‘아름다운 강산’으로 만들어야 할 때다. 경제는 자유를 먹고 산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자유를 보호하는 일이다. 조지 오웰의 ‘1984년’에 나오는 주인공 윈스턴과 같이 국가에 의해 개인의 행동이 감시받는 사회에서는 개인과 기업의 활동이 감소해 사회가 쇠퇴할 수밖에 없다. 자유로운 사회가 풍요와 번영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정부는 개인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반드시 근절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국가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는 일이다. ◇안재욱 교수 약력 ▦54년 전북 출생 ▦경희대 졸업,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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