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교인 과세에 재도전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종교인별 차등과세를 시도할 모양이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 예정인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에서는 종교인이 받는 금품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소득의 80%를 경비로 일괄 공제한 후 나머지 20%에만 과세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올해는 아예 세법을 고쳐 종교인 소득 항목을 따로 두고 경비로 인정받는 비율을 여러 단계로 나누겠다는 게 골자다. 쉽게 말해 소득이 많은 종교인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걷겠다는 뜻이다. 이번에는 과연 목사나 신부·승려 등 성직자들에게 세금을 걷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번 도전이 성공하리라 장담하기는 힘들다. 종교인 과세는 무려 40년 넘게 군불만 땠을 뿐 직접 과세로 연결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도 2013년 11월 세법 개정 때 과세방법을 시행령에 반영했지만 부칙에 1년 유예 조항을 삽입해 스스로 발을 묶었고 1년 뒤에는 여당의 요청을 핑계 삼아 "2016년에는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말만 남긴 채 또 해를 넘겼다. 하지만 내년 4월에는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유승민 정국 등 잇단 악재에 시달린 정부와 여당에는 득표를 위한 반전카드가 필요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皆稅) 원칙이 표에 밀려 사장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벌써 비관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그럼에도 종교인 과세의 필요성은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한 지 오래다. 천주교는 "성직자도 국민의 한사람"이라며 이미 1984년부터 세금을 내고 있다. 경기부양과 복지 비용으로 비어가는 나라 곳간을 채우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당위성도 있다. 공감대와 당위성이 존재하고 세금을 거둔 사례도 있으니 이제 필요한 것은 정부의 과세의지뿐이다. 이번에야말로 종교인 과세가 헛말에 그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