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질주하는 대박산업] 로또

올해 복권시장의 최대 화제는 로또열풍이다. 로또에 1등으로 당첨될 확률은 814만5,060분의 1`. 이는 연속해서 두번이나 벼락을 맞기 보다 힘든 수치라고 한다. 하지만 0.00001%의 성공확률 속에서도 일반 회사원에서부터 가정주부ㆍ8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저마다 `인생역전`을 꿈꾸며 로또에 매달렸다. 로또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고액의 당첨금 때문. 로또가 지난 12월에 첫 선을 보인 이래 올해 10월4일 44회차까지 모두 163명의 1등 당첨자가 탄생했는데 이 가운데 당첨금이 100억원이 넘은 사람만 7명에 달한다. 지난 4월12일 제19회차에서는 강원도에 근무하던 30대 경찰관이 국내 복권사상 최고 금액인 407억원에 1등 당첨돼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이런 고액 당첨금의 유혹 때문에 우리나라 성인들 5명 가운데 4명이 로또복권을 구입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로또 열풍은 식을 줄 모른다. 지난 10개월간 로또의 판매금액은 3조원에 이르고 당첨금액만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44회까지 1등 당첨자 163명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50명(30.7%)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36명)와 인천(13명), 대전(9명), 경남(8명), 대구ㆍ부산(7명), 경북ㆍ전북(6명), 전남ㆍ충북(5명), 강원(4명) 등이 뒤를 이었다. 예전의 주택복권 당첨자들이 40~50대의 서민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로또 당첨자들은 20~30대가 늘어난 것이 특이한 현상이다. 이는 젊은층이 `OMR 카드`에 익숙한 데다 직접 번호를 선택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로또 열풍이 전국을 휩쓸면서 다양한 현상들이 나타났다. 한 대학에서는 교양강좌 시간에 `로또 1등 당첨되는 법`에 대한 강의가 실시되기도 했고 인터넷에서는 로또가 네티즌들 사이에 최고의 검색어로 자리 잡기도 했다. 로또를 둘러싸고 갖가지 해프닝도 끊이지 않았다. 1등 당첨된 로또복권이 분실됐다며 누군지 모를 복권 습득자를 고소하는가 하면 당첨번호를 맞혔지만 시간이나 돈이 없어서 복권을 구입하지 못해 땅을 치는 사람들도 나왔다. 당첨번호가 아닌데도 당첨된 걸로 착각해 국민은행을 찾아오는 `김칫국 마시기`형도 있고 당첨금 분배를 놓고 동거녀와 싸움을 벌이다 입건된 사람도 있다. 1등 당첨자가 나온 로또 판매소에는 다른 지방에서까지 찾아와 `명당의 기`를 얻기 바라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판매소 업주에게 번호를 직접 찍어달라는 사람도 있다. 407억여원의 `대박 주인공`이 자동선택 번호로 당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전까지 14%밖에 안되던 자동선택 번호 비율이 30%를 웃돌기도 했다. 로또 옹호자들은 “2,000원으로 1주일이 즐거워진다”고 말한다. 갈수록 `빈익빈 부익부`를 절감하는 서민들에겐 복권이 그나마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행심 조장과 중독성을 우려하는 시선도 만만찮다. 신영철 서울 강북삼성병원 도박중독클리닉 교수는 “일확천금의 꿈에 빠지면 당장 근로의욕의 상실을 불러올 뿐만 아니라 그 환상이 깨졌을 땐 우울증에 걸릴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자살까지 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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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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