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홍콩 크리스티 미술경매 가보니… "한국작가들에 대한 관심 더 커졌다"

백남준등 한국작품 낙찰액 50억 '사상 최고'<br>亞미술 승승장구속 총 낙찰금액 558억 기록

25일 홍콩 크리스티에서 열린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에서 한국작가 김동유의 '메릴린 먼로'가 5억8,842만원에 낙찰됐다

오치균 '사북의 가을'

백남준 '라이트 형제들'


태평양과 맞닿아 있는 홍콩 컨벤션센터 전시장 3층. 홍콩 크리스티 가을정기 미술품 경매가 열리는 이곳에는 아시아 미술품 구입을 위해 전 세계에서 몰린 컬렉터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중국과 미국 등 세계 증시가 크게 출렁이며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는 상황속에 25일 열린 홍콩 크리스티 현대미술 경매(Christie's Asian Contemporary Art Sales)의 총 낙찰금액은 약 558억원(4억 6,700만 홍콩달러). 지난 5월보다 1.5배 성장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경매가 열리기 전 아시아 현대미술 가격의 급상승 분위기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는 기우에 그쳤다. 경매의 하이라이트는 92억원(7,420만 홍콩달러)의 낙찰가를 기록한 중국작가 카이궈창의 '에이펙 프로젝트' 연작(총 14점). 이는 지난 4월 소더비에서 쉬베이홍의 작품이 기록한 아시아 현대미술 최고가(한화 약 89억원)를 경신한 것이다. 이날 아시아 현대미술품 경매에 출품된 작품은 모두 226점. 그 가운데 한국작품이 52점, 일본작품이 72점이 출품되는 등 한국과 일본 작품이 예전에 비해 대거 늘었다. 한국 작가들의 낙찰총액은 약 50억원(4,169만 홍콩달러)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지난 5월 경매보다 1.7배 늘어난 수치. 백남준의 '라이트 형제들'과 해외 경매에 처음 출품된 오치균의 '사북의 가을'이 각각 약 6억원(503만 홍콩달러)에 낙찰되면서 이번 경매에 출품한 한국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역시 처음 출품된 강형구의 '반 고흐'는 높은 추정가의 5배를 넘긴 5억 4,000만원(456만 홍콩달러)에 새 주인을 찾았다. '크리스티의 스타들'에 대한 인기도 계속됐다. 김동유의 '마릴린 먼로'는 약 5억 8,000만원(491만 홍콩달러)에, 청바지 작가 최소영의 '반여동 우리집'은 약 2억 1,000만원(168만 홍콩달러), 그리고 조각가 이환권의 '팻보이'가 약 1억 1,500만원(97만 홍콩달러)으로 자신의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배혜경 홍콩 크리스티 한국 사무소장은 "중국 작가들에 이어 한국과 일본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라며 "오치균ㆍ강형구 등 처음 출품된 작가들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던 점을 보면 작품성만 뛰어나면 해외 시장 진입 장벽이 결코 높지만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작품 컬렉터들 2년새 10배 늘어" ■ 홍콩 크리스티 에릭 창 수석 부사장 "아시아 현대 미술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늘 겁니다. 한국 작품도 컬렉터들이 2년 전보다 약 10배는 늘었을 정도로 관심이 급증하는 추세구요." 홍콩 크리스티의 20세기 아시아 미술과 아시아 현대미술 부문을 총괄하는 에릭 창(39) 수석 부사장은 25일 열린 홍콩 크리스티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에서 한국 미술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이번 11월 정기 경매에 출품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지난해 5월 첫 경매(8점)보다 6배 이상 늘어 52점에 달했으며, 작가별 평균 낙찰 금액도 1년 전보다 2배 넘게 뛴 점을 예로 투자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에서도 안목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그의 작가 선정 기준은 작품의 개념(concept), 기법(skill), 재료(material) 그리고 정체성(identity) 이다. 그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중국과 일본 등 다른 아시아 작품들과는 색감과 내용에서 독창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 작가의 사례를 들며 "김동유의 초상화는 꼼꼼한 붓질이 독특하고, 최영걸의 동양화는 사실적이면서도 특별하며, 한지로 평면 부조 작품을 만드는 전광영의 경우 한국적인 재료로 서양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창의적인 기법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아시아 현대미술의 성장에 대해 그는 "크리스티 본사의 경우 1년 전보다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 부문에 4배 이상 투자를 늘렸다"며 "초기에는 아시아 고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의 고객이 70%를 넘을 만큼 글로벌 마켓으로 빠르게 바뀌고 수요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11월 정기 경매 총 낙찰가(한화 약 579억원)는 크리스티에서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가 처음 열린 지난 2006년 5월(한화 약 104억)보다 5배 이상 커져 크리스티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부문으로 꼽힌다. 크리스티 본사에서 아시아 현대미술에 주목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무엇보다도 서양의 현대미술보다 아직은 낮은 가격임에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은 독창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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