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역사 앞에 선 여성들의 '혼'

한국에서 여성이 걸어온 길은 질곡의 역사였다. 남존여비라는 봉건적 가치질서 속에 자신의 꿈을 짓누르며 살아와야 했던 한국 여성들. 그러나 그런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발자취를 뚜렷이 남기며 강인한 삶을 영위해 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여성신문사 편집부에서 엮은 「이야기 여성사」(전2권)가 그것으로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정치·사회·문화·예술 각 분야에서 활동했던 여성 48명의 드라마틱한 인생역정이 담겨 있다. 그동안 역사에서 철저하게 소외되어 왔던 여성의 삶을 기록으로 남겼고, 그것을 기회로 삼아 이제부터는 새로운 여성의 역사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기반을 닥았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이계경 여성인문 발행인은 『여성들은 조국의 역사를 지켜냈고, 사회발전의 밑거름이 되었으며 척박한 환경에서 자기세계를 이루어낸 강인하고 폭넓은 한국정신의 또 하나의 흐름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여성들은 주체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았으며,사회적인 성취를 이룬 여성들이다. 고난의 시대를 살았으나 한 시대를 앞서가는 당당한 삶을 영위한 것. 물론 당대의 지도층 인물로 부각되었던 여성들도 있을 수 있고, 비난과 시대의 몰이해 속에 살았던 인물들도 있다. 제1권에서는 우리나라 역사를 여성의 삶을 축으로 재조명했다.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여성 투사들의 모습에서 정치·사회 민주화 운동에 앞성섰던 여성들을 다루고 있다. 상해 임시정부의 잔 다르크라 불렸던 정정화, 최초의 여성광복군이자 김구 선생의 비서였던 김신묵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한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인 이태영, 전태열의 어머니 이소선, 광주민주화운동의 대모 조아라 등도 우리 여성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들이다. 제2권에서는 주로 음악·무용·연극·영화·전통예술 등 문화예술 분야에서 자취를 남긴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 오피라 반세기의 산증인 김자경, 봉산탈춤 기능 보유자 윤옥, 곱사춤 등 1인극의 대가 공옥진, 무속인 김금화 등의 삶을 찾아가다 보면 여성들이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다는 일이 얼마나 도전적인 과업이었던지를 이해할 수 있다. 여성신문사 펴냄. 이용웅기자YYONG@SED.CO.KR 입력시간 2000/04/2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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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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