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의 광역시 지상파 디지털TV 본방송 개시시한 결정으로, 늦어도 다음달 10일부터는 전국의 70% 이상 시청자들이 디지털방송을 본격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됐지만 시청자들이 HD급(고화질) 방송을 피부로 느끼기엔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HD급 디지털 수상기가 있더라도 방송사들이 이에 맞는 콘텐츠를 내보내지 않으면 디지털TV는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장애가 되는 가장 큰 문제는 디지털 환경에 맞는 장비 전환. KBS가 1조원 이상을 예상하는 등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각 방송사들이 당장 모든 장비를 바꾸기엔 무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기술적 문제 또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현재 KBS와 MBC는 HD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30%를 넘지 못하고 디지털 방송에 맞는 각종 촬영 장비와 송출 장비들의 전환 역시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SBS는 올 3월 목동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대부분의 하드웨어를 디지털화했지만 스튜디오의 경우 아날로그용을 HD 전용으로 전환하는 문제가 남아 있고 ENG 카메라나 특수 촬영 장비들 역시 디지털화하지 못했다.
따라서 현재 주당 13~20시간 HD방송을 내보내는 각 사들은 우선 올 가을 개편부터 예능 쇼 프로그램이나 시트콤 등 스튜디오 제작물 위주로 디지털 방송을 늘려갈 계획이다. 야외 촬영이 많은 다큐멘터리나 드라마 등은 촬영 장비의 개발이 이뤄진 후에나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아테네 올림픽 역시 시청자들의 기대와 달리 일부만 디지털 방송으로 시청할 수 있다. 전세계에서 디지털 방송으로 올림픽 경기를 중계할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호주 등 4개국에 불과하다. 따라서 주관사인 일본 NHK가 전체 일정 중 하루 3시간 가량을 서비스하고 국내 방송사들은 이 중 우리 선수가 출전한 종목 위주로 선별해 방영할 예정이다.
/이상훈기자 fla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