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지난 26일부터 `내수산업 활로 찾기- 해외진출 팔 걷는다`는 제목으로 시리즈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주요 골자는 `내수 관련 업체들이 장기 불황에 따라 국내 시장을 벗어나 세계 무대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내용으로 , 국내 유통 및 식음료 업체들이 현지화를 통해 중국, 동남아, 유럽 등지에 뿌리 내리기 위한 노력들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내수 관련 업체들이 우리 나라를 등지고 `물 설고 땅 설은`이국으로 향하는 이유는 단지 끝 없이 이어지는 장기 불황 때문 만은 아니다.
제조업을 나라밖으로 밀어낸 것으로는 모자라 내수ㆍ유통 업체들의 등을 떠미는 또 다른 요인은 오랜 관행 처럼 자리잡고 있는 관료주의와 님비현상, 거기에 편승한 정치인들의 구태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체의 관계자는 “신규 출점을 위해 해당 지자체에 인허가를 요청했더니, 점포가 들어서는 곳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지역에 도로 개설을 요구했다”며“이 같은 요구가 부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비용의 추가 투입을 검토할 때는 사업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 업체의 직원은 “대외적으로는 노조 문제가 투자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처럼 알려져 있지만 현장에서 느낀 바로는 대관(對官)업무가 훨씬 피곤하다 ”며“일부 지방 공무원의 경우는 예나 지금이나 행태가 달라진게 없어 같은 한국인인 것이 부끄러울 지경”이라고도 했다.
또 다른 내수 업체의 관계자는 “올 해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출마를 앞둔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 지역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부당한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우려된다”며“국내 사업환경은 관료들이 팔을 걷고 나서 투자를 유치하는 중국과는 하늘과 땅 차이여서 국내 업체들이 외국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이상할 게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저런 하소연들 보다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정부의 공무원이 인허가의 대가로 자녀의 취업을 요구 할 때는 `아! 이래서 이 나라에선 취업이 안되는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은 쉽사리 기자의 귓전을 떠나지 않았다.
<우현석 생활산업부 기자 hnskw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