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주식시장과 경기의 상관관계를 볼때 경기저점이 종합지수 저점과 거의 일치했으나 경기정점과 종합지수 고점은 서로 달랐다. 경기저점은 93년 1월, 98년 8월이었는데 종합지수의 저점은 92년 8월, 98년 9월이었다. 그러나 6순환기 정점은 96년 3월이었으나 지수고점은 94년 11월에 형성됐다.이는 유동성이 급증하면서 94년에 95~96년의 실적이 미리 반영됐다고 볼 수 있는데, 이번에도 경기 사이클상 정점은 내년으로 추정되나 지수고점은 먼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거래소시장에서 유상증자 23조1,240억원과 코스닥시장에서 등록러시와 유상증자 등을 포함해 지난해 모두 38조원의 시중 유동성이 증시로 흡수됐다. 시가총액 대비 유상증자비율이 증시 활황기였던 지난 88년과 94년에 각각 4.9%, 2.7%였다. 그러나 99년에는 6.8%로 높아져 거래소시장의 탄력성이 크게 둔화됐다.
지난해 국내 총유동성이 11.5% 늘어났으나 올해는 7~8%대로, 무역수지 흑자도 245억달러에서 100억달러수준으로 격감할 것으로 추정돼 국내 유동성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또 94년 2월이후 1년동안 미국의 금리가 3% 인상돼 국제 유동성이 미국으로 집중되면서 국내 주식 매도사태가 발생했다. 올해 상반기중 미국 금리가 추가적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있는 점은 외국인의 지속적인 시장 개입을 어렵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유동성 축소와 범정부적인 벤처기업 육성책 등을 반영해 국내 증시는 정보통신업종과 코스닥시장의 강세 등 시장간, 종목간 차별화 장세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증시도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예상되면서 변동성이 심화되는 가운데 차별화 장세가 전개되고 있다. 대형 우량주 보다는 중소형주, 실적호전 정보통신주로 자금이 유입돼 대형 우량주 지수인 다우지수는 연초이후 10.6% 조정을 받았으나 소형주를 대표하는 러셀2000지수는 11.2% 상승했다.
경기회복 초기에는 유동성이 증가해 대형주와 저가주 중심의 장세가 이어지고 이후 기업실적에 따라 주가가 재편된다. 실적장세에서 유동성 유입이 제한되면 테마주가 형성된다. 시장에서 테마주로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상당기간 큰 폭의 시세가 분출되는데 96년 신기술, 신물질 관련주의 상승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번 상승장에서는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해 인터넷,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이 테마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증시는 유동성이 급속히 보강되지 않으면 대형주 상승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돌파구로 인터넷, 정보통신, 생명공학, IMT-2000 등 테마주와 실적대비 낙폭이 컸던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당분간 증시는 대형주 상승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테마주와 중소형 실적호전주의 보유 비중확대, 축소를 반복하면서 투자수익률을 제고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호 한화증권 리서치센타 책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