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책에 미친 사람들의 서재·삶 엿보기

■ 한국의 책쟁이들 (임종업 지음, 청림출판 펴냄)


섬유회사의 대표이사로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있던 김종헌씨는 부인이 성지순례 여행을 떠난 틈을 타 집을 온통 책으로 뒤덮고는 '북카페'를 차린다며 28년간 몸담았던 회사에 사표를 냈다. 2000년에 차린 홍천의 북카페를 6년 뒤 춘천으로 옮길 때는 책이 늘어나 트럭 40여대가 이사행렬을 펼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화봉 책박물관의 여승구 관장은 25년 동안 모아온 10만 여점의 고서를 위해 책 박물관을 열었다가 빚더미에 올라앉았었다. 추억의 만화를 찾아 헌책방을 헤매던 만화 마니아 박지수씨는 만화편집자가 됐고, 책에 유혹당해 결혼마저 마다한 '삼성맨'이 있는가 하면 독서동아리에서 평생의 반려자를 찾은 사람도 있다. 이 책은 책이 너무 좋아 책에 미친 사람들, 즉 독서애호가를 넘어 기행이나 광증으로 보일 수도 있을 법한 28명에 대한 얘기다. 신문기자인 저자는 겉멋으로 책읽는 사람, 책이 아닌 물성에 탐닉하는 사람, 책을 업으로 삼은 사람은 제외하고 이들을 추려 담았다. 책에 대한 고수일수록 서재 공개를 꺼릴 수 밖에 없는데 책을 꽂은 서가에서는 지적 편력이, 분류 방식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드러나기에 마치 자신의 속살을 드러내는 것과도 같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때문에 책쟁이들의 서재 풍경과 삶, 책 이야기를 엿보는 재미가 각별하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석학도 아니요, 유명인도 아닌 평범한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다. 즉 누구나 책에 빠져 '책쟁이'가 될 수 있다 희망적 제언을 함축하고 있다.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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