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강력범죄 첨단과학수사 '한국판 CSI' 구축

검찰이 최근들어 조서중심에서 공판중심 재판추세로 바뀌면서 각종 사건의 유죄 입증이 어려워지자 첨단 과학수사기법을 활용해 미궁에 빠질 뻔한 범죄의 진실을 밝히는 등 새로운 대안을 찾고있어 주목된다. 특히 한국의 유전자감식 능력을 세계에 알린 서래마을 영아살해 사건을 계기로 대검찰청이 과학수사 파트를 강화하고 이에맞춰 검찰 수사 역사상 처음으로 살인 등 강력범죄에서 뇌파분석 등을 이용해 유죄선고를 이끌어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강력범죄 수사대안으로 급부상=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는 갈수록 지능화, 흉포화하고 있어 범인의 직접 증거를 발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유전자 감식은 기본이고 용의자의 뇌파, 행동, 진술 분석 등을 통해 법정에서 판사의 유죄 심증을 형성하고 결국 유죄를 받아내고 있다. 뇌파 분석이란 용의자에게 범행에 사용됐거나 현장에 있었던 물건을 처음 보여줬을 때 뇌파가 예민하게 반응하는지를 체크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8월 무기징역 선고가 난 ‘친딸 청산가리 살해사건’. 내연남을 둔 엄마가 친딸에 대한 보험을 들어놓고 청산가리를 먹여 죽인 다음에 익사로 가장한 사건이었다. 범행 도구, 목격자 등 직접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역사상 처음으로 범인의 뇌파, 행동, 진술 분석 등을 통해 유죄를 입증했다. 검찰은 더 나아가 범인이 비슷한 수법으로 남편과 친구를 죽였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정재영 대검 심리분석실장은 이와 관련 “최근들어 강력범죄 사건 초동 단계에서 뇌파 분석 등을 의뢰하는 사례가 늘고있다”고 말했다. 한달 전엔 피해자를 성폭행한 다음 살인하고 돈을 훔쳐간 용의자가 초동 수사단계에서 살인 강간 사건에서는 처음으로 뇌파분석 등을 받아 양성반응(유죄 심증) 판정이 났다. ◇한국판 CSI 구축 움직임=검찰은 검사는 물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 등 학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강력범죄 등에 초동 단계부터 공동 대응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의 일환으로 검찰내 강력범죄 실무연구회(회장 박충근 서울중앙지검 형사 3부장 검사)는 지난 1일 전국의 강력 검사 50여명, 서울대 이정빈 법의학 교수 등 학계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세미나를 갖고 앞으로 강력범죄에서 이론과 실무를 아우르는 지식공동체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박충근 회장은 “공판중심주의 강화 추세로 기존의 조서, 자백 위주의 수사는 한계가 드러났다”며 “철저하게 증거를 남기지 않는 등 날로 지능화하는 범죄에 맞서 각종 첨단과학수사기법의 수사 사례와 이론을 축적해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대검도 이에맞춰 올해 행동분석 검사요원을 영입한데 이어 이번 주 진술분석 검사요원을 확충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검 양병종 과학수사 1담당관은 “피의자의 진술과 행동, 뇌파 분석 등을 포함한 과학수사기법 모델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