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인문정신에 육박해 들어가는 우리 시대의 철학자, 강신주를 인터뷰어 지승호가 만났다. 5주. 50시간. 풀어낸 초벌 원고 4,500매. 한 사람의 사유와 철학을 다루기에는 무척 짧은 시간과 분량이지만 철학자에게서 쏟아진 이 시간과 양의 텍스트는 결코 만만치 않다.
인문정신에서 시작한 이 인터뷰는 인문학적 계보를 찾다가 제자백가에 이르고, 다시 현대 한국 사회로 돌아와 우리 현실을 바라보다, 본연의 인문정신에 이르러 끝을 맺는다. 밤을 지새고 난 뒤 오히려 육체와 정신이 가뿐해질 때처럼, 철학자 강신주의 촘촘하고 정교한 사유의 그물을 통과하고 나면, '나'와 '너'를 그리고 세상을 좀 더 뚜렷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인문학 열풍이 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경영과 만나고 자기계발과 만난 인문학은 한 줄 '스펙'이 되어버리는 시대다.
이런 와중에 강신주는 "인문학은 고유명사의 학문"이라고 설파한다. 그는 "인문학의 주어는 '우리'가 아니라 '나'와 '너'이기 때문"이라며"김수영이 그의 인문학의 원형일 수 있는 것도 자신만의 제스처로 살았던 시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강신주는 말한다. 우리 사회는 김수영 시대로부터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고.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당당해져야 한다고. 우리 삶을 옥죄는 절정의 순간에 절망하지 말고 굴하지 말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가야 한다고. 그렇기 때문에 사랑과 자유를 실천하는 사람은 세상과 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시대 철학의 사명은 개인을 파편화시키고 사랑을 말려 죽이는 분업화와 전문화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의 논리를 깨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핵심에 바로 사랑과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다르게 말한다면, 시가 읽히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시가 읽히는 사회가 되어야 철학도 제대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강신주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인문학은 농사짓는 것과 같이 천천히 그리고 길게 가야 한다. 우리를 좌절시키는 욕망에 휩싸이지 말고,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며, 시인 이상이 그랬듯 직접 부딪히며 겪어야 한다. 페르소나를 벗고 맨얼굴로 살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사랑과 자유가 가장 중요하다."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