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CB등 값폭락 국부유출 우려증시침체 최대 40%하락…포철등 자본조달 차질
증권시장이 장기간 침체상태를 보이면서 상장기업들이 해외에 발행한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관련 해외채권의 전환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해외 주식관련 채권을 발행한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전환가격 및 행사가격 등이 최대 40% 이상 낮아지고 있다.
상장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리고 있는 등 기업가치가 크게 향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급불안 및 금융시장 불안 여파로 야기된 증시침체라는 외생변수로 인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증시가 회복되면서 해외 주식관련 채권을 발행한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해도 전환가격 등이 상향 조정되지 않는 데 있다. 해외 주식관련 채권 인수자들이 전환가격보다 주가가 상승할 경우 곧바로 주식으로 전환해 이를 시장에서 매각, 이익을 실현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 투자자들은 이들 해외 주식관련 사채들의 물량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B·BW의 전환 및 행사가격이 낮아지는 것은 증시침체뿐만 아니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것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증권시장의 침체상태가 지속될 경우 이들 해외 주식관련 채권의 전환가격이 더욱 낮아져 발행 기업들의 주식이 그만큼 해외 투자자들에게 헐값으로 매각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기업별로 보면 종근당이 제22회 CB 전환가격이 4만9,636원에서 5,900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지난 2월 액면가 2,500원으로 분할한 것을 감안해도 할인 폭이 엄청난 것이다. 이는 만기를 연장하면서 풋옵션 계약에 따른 것이었다. 대유는 40% 이상 할인되는 전환가격을 조정했고 동성제약의 경우 제25회 CB 및 제26회 BW 전환가격 및 행사가격이 2, 3차례에 걸쳐 조정되면서 각각 1만1,300원에서 6,281원, 7,400원에서 5,786원으로 낮아졌다.
이와 함께 증시침체로 인해 해외 주식관련 채권 발행계획을 취소하는 기업들이 속출하면서 자본확충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포항제철은 지난 6월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을 위해 해외 투자설명회(로드쇼)를 벌였지만 인수자들이 싼 값을 요구해 이를 연기했다.
이에 앞서 은행들도 주가하락으로 DR 발행을 잇따라 취소했다.
증권 관계자는 『상장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리고 있는 등 기업가치가 크게 향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급불안 및 금융시장 불안 여파로 야기된 증시침체라는 외생변수로 인해 해외 주식관련 채권 가격이 낮아지는 불이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배기자LJBS@SED.CO.KR
입력시간 2000/07/21 17:14
◀ 이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