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굴지의 조선기업 현대중공업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 살리기에 큰몫을 해내고 있다.
우선 현대중공업그룹이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협력업체에 올해 2,35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달 21일 최길선 현대중공업 사장, 백용호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등 관계자들과 212개사 협력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호텔현대 울산에서 열린 '공정거래 협약 선포식 및 협력사와의 신년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번 지원을 위해 기업은행과 '협력업체지원 특별펀드' 700억원을 조성하고, 금융기관과 연계한 '무담보 네트워크론'도 기존 275억원에서 1,280억원으로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그룹도 직접 경영·시설자금을 대출해주는 등 모두 2,35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다. 원자재 구매 대행을 현행 800억원에서 9,874억 원으로 확대하고, 반기별로 대금지급 우대해주던 우수 협력업체의 수도 2배로 늘리기로 했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사장은 "그동안 고락을 함께 해 온 협력사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중공업그룹도 함께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앞서 지난달 13일 울산 본사에서 세계 최초로 T자형 도크(Dock)를 완공해 앞으로 선박 건조 능력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는데 기술개발도 적지 않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선박 건조 주요 시설인 도크는 완성된 선박을 바다에 띄울 수 있도록 해주는 '대규모 웅덩이'와 같은 것으로, 직육면체의 형태가 일반적이다.
현대중공업은 기존 통념을 깨고 울산 본사 1도크 측면의 중앙 부분을 아래로 25% 더 확장해 T자 모양의 도크를 탄생시켰다. 확장된 부분은 길이 165m, 폭 47m, 높이 12.7m, 부피 9만8488.5㎥로 기존에 비해 규모가 25% 늘어났다.
현대중공업은 T자형 도크의 남은 공간을 이용해 다른 선박의 일부를 동시에 건조하는 탠덤(Tandem)공법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주 도크에서 선박이 진수된 후 공간이 생기면 확장된 부분의 선박 블록을 마치 '약실(藥室)에 총알을 밀어 넣듯' 주 도크로 이동시켜 선박을 건조하는 공법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통해 1도크의 선박 건조 능력을 기존 1만 TEU급 컨테이너선 4척에서 8척으로 2배 향상시킨다는 목표다.
현대중공업 1도크는 우리나라 최초의 50만t급(현재 70만t급) 대형 도크로 이곳에서 1972년 정주영 창업자가 그리스 리바노스사의 26만톤급 초대형 유조선(VLCC) 2척을 성공적으로 건조했다. 한국을 조선강국으로 만든 기틀이 된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 천경우 상무는 "T자형 도크를 통해 선박 건조 기간이 단축됨으로써 생산 효율성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신공법 개발로 또 한번의 '조선 신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의 협력업체인 금원기업은 올해 신입사원 100여명을 선발키로 해 청년실업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이 회사는 45세 이하 남자를 대상으로 골리앗 크레인과 트랜스포터 신호수 및 가설전기 정비 분야에서 모두 100여명을 선발한다. 금원기업은 군산 현대중공업㈜ 부지 내에 있는 협력업체로, 군산공장의 고용인원은 190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