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3D 프린팅으로 창조경제 인쇄하자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우리나라에서도 자동차를 시판 중인 한 글로벌 자동차 제작사는 최근 2014년형 중형 세단을 개발하면서 이전 모델에 대한 고객의 요청사항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디자인 업데이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전통적인 방식에 따를 경우 3년 이상 걸리는 이 작업을 3차원 인쇄(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절반인 1년 6개월 만에 완성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절약했다고 한다.

이처럼 3D 프린팅은 신제품을 테스트하고 시장 반응에 따라 신속하게 변경할 수 있는 제조 혁신의 도구일 뿐 아니라 식품·완구·주얼리 등 소비재와 치아 임플란트, 인공장기 등 우리 실생활에도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되는 유망 기술이다.


하지만 우리 산업의 현실이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장비·소재·소프트웨어(SW) 대부분 외국산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며 이를 다루는 전문 인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해 실질적으로 대기업을 제외하면 3D 프린터를 활용하는 기업은 극소수다. 반면 경쟁국인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제조 혁신의 핵심수단으로 삼아 산업 육성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7월 산학연 포럼을 발족한 후 지난주 범부처 차원에서 발전전략을 수립해 2020년 3D 프린팅 글로벌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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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지역거점으로 구축하는 제조혁신지원센터에서는 기업들이 디자인, 시제품 제작, 양산 등 제조공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장비와 전문인력을 지원함으로써 제품 개발 기간 단축과 고도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소기업 대상으로 3D 프린팅 장비를 탑재한 차량이 현장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시제품 제작 서비스'를 운영해 중소기업의 제조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게 할 것이다.

또한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의료·자동차·항공·교육·인테리어 등 다양한 산업에서 비즈니스모델을 발굴하는 것 역시 초기 단계의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주요 정책 중 하나다. 소규모·맞춤형 생산, 아이디어 기반 창업에 적합한 3D 프린팅 산업의 장점이 신규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말 GE는 항공기 제트엔진 부품에 사용할 수 있는 3D 프린팅 디자인을 공모했는데 9개국으로부터 총 700여개의 디자인이 응모됐다. 이처럼 창의 기반의 3D 프린팅 디자인이 유통될 수 있는 플랫폼인 '디자인스토어'를 구축해 스마트폰의 앱스토어처럼 다양한 아이디어 콘텐츠가 활발히 거래될 수 있는 장으로 자리 잡도록 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국산 장비의 공신력을 확보하고 일반 사용자가 안전한 소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인증·평가제도를 마련하는 등 관련 제도도 정비해나갈 계획이다.

한 가지 명심할 것은 3D 프린팅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단순히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기술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3D 프린팅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조현장에 반영하고 쉽게 상품화할 수 있는 개방형 산업구조를 지향한다. 다른 기술이나 산업과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서비스·제조 등 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생태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는 3D 프린팅. 제조업 혁신을 넘어 경제·사회 전 분야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해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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