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시청률 7%에 300억원

최홍만이 생애 처음으로 KO패의 쓴맛을 본 지난 4일 ‘K-1 월드그랑프리 2007’ 대회. 격투기 팬들이야 최홍만이 링 위에 쓰러진 모습에 충격을 받았겠지만 적어도 경기를 중계한 CJ미디어나 대회를 중계한 K-1 측으로서는 그리 나쁠 것도 없어 보인다. 이날 순간 최고 시청률은 7.4%로 웬만한 지상파 프로그램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12월 최홍만이 1회 KO승을 거둔 후 K-1 주최 측이 밝힌 첫 반응은 “너무 빨리 끝나 원통하다”였다. 연초 CJ미디어가 이 대회 중계권 확보를 위해 투자한 금액만 총 300억원. 경쟁사 온미디어도 프라이드 중계권 확보를 위해 물경 120억원을 쏟아 부었다. 바야흐로 ‘격투기 전성시대’ ‘스포츠 콘텐츠 전성기’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그러나 방송계의 현실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해묵은 ‘과열 경쟁’ ‘외화 낭비’ 논란이 왜 나왔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공영방송 KBS의 허리를 휘청거리게 한 ‘불멸의 이순신’ 제작비가 350억원, ‘욘사마’ 배용준이 주인공을 맡은 드라마 ‘태왕사신기’ 제작비가 300억원 수준이다. 국내 최고 드라마 총제작비와 해외 격투기 판권료가 별반 차이가 없다. 해외 스포츠 판권료가 국내 스포츠 중계권료를 추월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1년 내내 쉬지 않는 국내 최고 프로스포츠 프로야구ㆍ축구 연간 중계권료는 100억원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포스트 시즌을 제외하고는 TV로 방영해주는 경기는 손에 꼽힌다. 이유는 간단하다. 3일 열린 프로축구 개막전 시청률이 3.3%로 같은 시간 드라마 재방송보다도 낮았다. 왜 그렇게 돈을 많이 썼냐고 따질 수는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청률이 보장되는 빅 이벤트에 높은 값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아쉬운 건 그 어마어마한 돈이 국내 방송ㆍ스포츠를 위해 전혀 쓰이지 않는다는 현실이다. 1년에 10번도 안 하는 대회를 위해 쓰는 300억원을 국내 방송 발전을 위해 어떻게 쓸지 한번쯤 곱씹어보는 것도 지금 시점에서 분명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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