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시인 등을 꿈꾸는 문학도들이 해마다 신춘문예에 도전하듯 미술가들은 공모전을 통해 화려한 등단을 기대한다. 미술 공모전의 매력은 입상을 통해 작품을 평가받을 뿐만 아니라 인지도와 파급력을 얻고 평생 중요한 경력으로 남을 수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근현대미술의 역사는 공모전과 궤를 같이했다. 일제강점기의 조선미술전람회부터 해방 이후 30여년 간 대한민국미술전람회, 1970년대 이후 언론기관의 한국미술대상전·동아미술제·중앙미술대전 등은 그야말로 미술의 역사다. 이 같은 '한국미술 공모전의 역사전'이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 자리 잡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그 당시의 전시 도록과 팸플릿·상장부터 다양한 자료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 맞춰 한국미술 공모전과 관련한 사건과 이슈를 담은 단행본도 펴냈다.
이처럼 의미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위기에 처했다. 이제 두어 달 후면 마포구 홍익대 부근인 창천동 현 공간에서 쫓겨나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지난 40여년 간 수집한 미술자료들도 함께 말이다. 이곳은 방대한 소장자료를 보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한국미술 해외진출 10년' '외국미술 국내전시 60년' '한국미술단체 100년' 등의 전시를 열었고 관련 서적도 출간했다. 우리 박물관에서 기획한 '한국근현대 미술교과서전'의 순회전시는 지금 경남도립미술관에서 한창이다.
역사를 입증할 자료는 역사 그 자체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러나 2010년 설립됐던 국립예술자료원이 4년 만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합병됐다. '움직이는 미술자료실'로 불리는 나는 지난 1년간 문화부 장관부터 국회의원·서울시장을 찾아다녔지만 역사를 중시하는 그들도 자료와 보관에 대해서는 힘을 써 주지 않았다. 올부터 문예연감은 책으로 발간되지 않고 온라인으로 발행한단다. 되묻고 싶다. 도대체 무엇이 문화융성인가.